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22일(현지시간) 혼조 마감했다. 최근 하락세를 이어온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영국 등 주요국의 금리인상,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반복된 매파(통화긴축 선호) 발언에도 불구하고 기술주 저가 매수 등에 힘입어 4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4.81포인트(0.01%) 하락한 3만3946.71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6.20포인트(0.37%) 높은 4318.8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28.41포인트(0.95%) 상승한 1만3630.61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에서 기술, 통신, 임의소비재 관련주가 상승한 반면, 에너지, 부동산, 산업 관련주는 하락했다. 전날 FTC 소송 소식으로 하락 마감했던 아마존이 4%이상 뛰는 등 주요 기술주들의 반등이 확인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알파벳도 일제히 1~2%대 상승세를 보였다. 테슬라는 전날 바클레이스에 이어 모건스탠리도 투자 의견을 '동일 비중'으로 하향했으나 이날 1%이상 올랐다. 알루미늄기업 알코아는 모건스탠리가 투자의견을 ‘비중축소’로 낮추며 4%이상 내려앉았다.
전자상거래기업 오버스톡닷컴은 베드배스앤드비욘드의 지식재산권 경매에서 낙찰됐다는 소식에 17%이상 뛰었다. 자동차 보험회사인 루트는 엠베디드 인슈어런스가 주당 19.34달러에 인수를 시도했다는 외신 보도로 34%이상 치솟았다. 보잉 협력사인 스피리트 에어로시스템스는 근로자들의 파업 결정으로 캔자스에 있는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10%가까이 하락했다. 이 여파로 보잉 역시 3%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이틀째 이어지는 파월 의장의 반기 통화정책 보고, 영국 등 다른나라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소식을 주시하는 한편, 지난 3거래일 연속 하락에 따른 반발 매수 움직임을 보였다. US뱅크 웰스 매니지먼트의 테리 샌드번 수석주식전략가는 CNBC에 "증시가 일시정지 모드에 있다"며 "강세장 진영과 약세장 진영 사이의 줄다리기가 균형을 보이고 있다. 이는 가까운 미래에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졌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대다수가 올해 두 번의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연내 두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한 점도표에 대해 "꽤 좋은 예측(pretty good guess)"이라고 평가한 데 이어, 이날도 동일한 매파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이미 나온 발언이 주로 반복되면서 투심에는 여파가 제한적이었다.
파월 의장은 "작년에는 빨리 움직이는 것이 매우 중요했기에 그렇게 했다"면서 "이제는 목적지에 가까워졌고 신중한 속도로 움직이는 게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작년 3월부터 10연속 인상을 통해 금리를 5.0~5.25%까지 끌어올린 Fed는 지난 14일 FOMC에서 동결 결정을 내리며 첫 숨 고르기에 나선 상태다. 그는 6월 동결에 대해 "결정을 내릴 시간을 더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이 (긴축)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Fed가 차기 회의인 7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현재 7월 베이비스텝 가능성을 77% 가까이 반영 중이다. 다만 연말 금리 중앙값을 5.6%까지 끌어올리며 연내 두차례 추가 인상을 예고한 Fed 점도표와 달리, 금리 선물 시장은 여전히 한차례 인상 후 계속 금리를 동결하는 시나리오를 더 유력하게 보고 있다.
같은 날 미셸 보우먼 Fed 이사도 연내 두차례 이상의 추가 금리인상에 힘을 실었다. 보우먼 이사는 한 행사에서 "지난주 (FOMC에서) 동결 결정을 지지했다"면서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내리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정책 금리 인상들(additional policy rate increases)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까지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금리를 5.0%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8.5%에서 15%로 6.5%포인트 올렸다. 튀르키에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전망이 크게 개선될 때까지 시의적절하고 점진적 방식으로 통화긴축을 강화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스위스, 노르웨이 중앙은행 역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상승세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3.79%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4.78%선으로 올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 지수)는 전장 대비 0.3%이상 올라 102.4선을 나타냈다. 시장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월가의 공포지수’ 변동성지수(VIX)는 전장 대비 2%이상 떨어져 13선 아래에 머물렀다.
이날 공개된 실업지표는 예상을 웃돌았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6월 11~1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와 동일한 26만4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5만6000건)를 웃돌아 2021년 10월 이후 20개월 만에 최다 건수다. Fed의 고강도 긴축정책이 서서히 노동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주 청구 건수는 종전 발표(26만2000건)보다 2000건 상향 조정됐다.
지난달 미국의 집값은 11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5월 기존주택 중위가격은 39만6100달러(약 5억1500만원)로 전년 동기 대비 3.1% 하락했다. 이는 2011년12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5월 기존주택 매매 건수는 430만건(연율)을 기록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425만건)를 소폭 웃돈다. 전월 대비 0.2% 증가했으나, 1년 전과 비교해서는 20.4% 감소한 수치다.
유가는 각국의 긴축 행보 속에서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3.02달러(4.16%) 하락한 배럴당 69.5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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