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잦아진 빈집 화재…범인은 "내가 불냈냐옹"

반려동물 관련 화재 사고 증가
전기레인지 밟아 작동 등 사례
펫보험으로도 보장 안돼 주의

제주 서귀포시 한 오피스텔의 화재 사고 원인으로 고양이가 지목됐다. 반려동물에 의한 화재 사고가 증가한 가운데, 국내 펫 보험에서는 이와 관련한 보장 내용은 없는 상황이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고양이 발. 이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픽사베이]

22일 서귀포 소방서에 따르면 오전 7시 16분께 서귀포시 서귀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불이 나 20분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건물 내부가 불에 타고 전기레인지 등이 소실됐다. 소방서 추산 680여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이 화재의 원인으로 고양이를 지목했다. 고양이가 전기레인지 위를 지나가다가 전원이 켜지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전기레인지' 강아지·고양이 발바닥으로도 조작돼 사고 잇따라

2021년 4월 제주소방안전본부의 '반려동물 전기레인지 화재 재현실험' [사진제공=제주소방안전본부]

최근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관련 화재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9월 경기 하남시의 오피스텔에서 집주인이 외출한 사이 고양이가 전기레인지 전원을 작동시켜 전기레인지 위에 놓여있던 두루마리 휴지에 불이 붙었다. 이 불로 119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같은 달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오피스텔에서도 주인이 없는 사이 고양이가 전기레인지 전원을 건드려 불이 났다.

2021년 4월 제주소방안전본부의 '반려동물 전기레인지 화재 재현실험' 결과 개와 고양이가 발바닥으로 전기레인지 전원 버튼은 물론 강약 조절 버튼도 쉽게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기레인지 위에 행주 등을 올려두고 외출하거나 잠이든 사이 반려동물이 전기레인지 전원을 눌러 작동시키면 불이 쉽게 옮겨붙게 되고, 결국 화재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양이의 경우 높은 곳을 좋아하고 주방 싱크대 등은 쉽게 올라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집계에 따르면 고양이로 인해 전기레인지에서 발생한 화재만 2019~2021년 11월까지 107건에 이른다. 절반은 주인이 없을 때 발생했다.

이에 최근에는 '반려동물 잠금장치'가 설치된 전기레인지도 판매되고 있다.

향초·전선 손상 등도 주의해야

제주 서귀포시 서귀동 화재 현장 [사진제공=서귀포소방서 제공]

반려동물 관련 화재 사고의 또다른 주요 원인으로는 향초 등 촛불도 있다. 반려동물이 실수로 혹은 빛이 나고 일렁이는 불꽃을 보고 건드렸다가 초가 쓰러지는 경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이어 반려동물의 털이나 배설물 등이 전기 콘센트로 유입돼 누전에 의한 화재가 발생하거나, 반려동물이 전선을 훼손해 합선 또는 단선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경우에도 콘센트를 자주 청소해주고, 반려동물이 전선을 물어뜯을 수 없게 커버를 씌우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2019~2021년간 반려동물로 인한 화재는 모두 338건이며 이로 인해 7명이 다치고 15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화재 건수는 2019년 108건, 2020년 103건, 2021년 127건이다.

지난해에는 157건의 화재 사고가 있던 것으로 집계됐다.

반려동물 관련 화재 사고 증가세지만…펫 보험 보장은 '아직'

한편 반려동물로 인한 화재 사고가 늘어나고 있지만, '펫 보험'처럼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보험에는 이와 같은 사고를 보장해준다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펫 보험은 반려동물이 아플 경우 수술비와 치료비를 보장해주고, 반려견의 경우 물림 사고로 배상해야 하는 손해 금액을 보장해준다.

반려동물에 의해 화재 사고가 났더라도, 반려인이 들어놓은 화재 보험으로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