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플레이션'에 허리 휘는 직장인들
수도권 직장인, 점심 한끼 1만1000원 지출
고물가에 간편식으로 때우기도
# 서울 광화문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은정씨(29)는 갈수록 치솟는 물가에 올해 초부터 편의점을 애용하기 시작했다. 만원을 훌쩍 넘는 메뉴가 많아지면서 식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밖에서 팀원들과 점심을 먹고 카페까지 가면 최소 1만5000원 정도는 나온다"며 "점심값이 부담스러워 도시락을 싸려고 했으나, 매일 준비하기에는 버거워 편의점 도시락을 즐겨 먹는다"고 했다. 이어 "도시락을 빨리 먹고, 남은 점심시간에는 산책하거나 개인 시간을 즐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일 치솟는 물가에 직장인들의 점심값 부담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스내킹(Snacking)'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스내킹'이란 간식을 먹듯 간편한 메뉴로 빠르게 식사하는 것을 뜻하는 단어다. 예컨대 밥 대신 편의점 샌드위치나 샐러드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식이다. 직장인들은 간편식으로 가볍게 식사를 대체한 후 남는 시간은 자기 계발이나 취미 활동에 몰입하는 모습이다.
지갑 얇아지는 직장인들…점심값만 한 달에 24만원
치솟는 외식물가에 직장인들의 점심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KB국민카드가 광화문·강남·여의도·구로·판교 등 서울의 업무지구 5곳의 개인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매출 빅데이터(1~5월)를 분석한 결과, 직장인이 점심시간에 쓴 돈은 월평균 23만9000원으로 조사됐다. 매월 평균 21건을 결제하며, 하루 평균 약 1만1000원씩 쓴 셈이다. 1인당 월평균 이용금액은 4년 전 같은 기간 대비 17% 늘었고, 건당 이용금액도 13% 증가했다.
점심 밥값이 1만원을 넘어가자 식비를 아끼기 위해 편의점을 찾는 직장인도 늘었다. 주요 업무 지구 내 편의점 업종의 점심 시간대 이용금액은 20% 증가했다. 인당 이용 건수는 월 5회에서 5.4회로, 건당 이용금액도 11%가량 늘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양모씨(27)는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한 끼 식대가 8000원인데, 요즘 물가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분식집 같은 곳이 아니면 추가 비용을 더 내야 한다"고 했다. 이어 "1년 사이 회사 근처 식당 가격이 모두 올랐다"고 토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는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 현상에 점심 식사를 아예 거르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점심 식사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점심 식사를 아예 거르는 직장인이 10명 중 3명(32.6%), 샌드위치나 김밥 등 간편식으로 때우는 이가 10명 중 4명(43.5%)꼴로 나타났다.
점심시간 활용해 운동하거나 독서하기도
이 가운데 일부 직장인은 혼자 점심을 간단하게 해결하며 돈을 아끼는 것은 물론, 짧은 시간이라도 자기 계발에 시간을 쏟는 모습이다. 과거에는 점심시간을 직장 동료들과 친분을 쌓는 시간으로 활용했으나, 이제는 자신만을 위한 온전한 휴식 시간으로 이용하려는 트렌드가 굳어진 셈이다.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주로 운동하거나 책을 읽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점심운동', '점심헬스' 등의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수백건의 게시물이 나온다. 한 누리꾼은 자신이 운동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리며 "회사 앞 헬스장은 점심시간인데도 사람이 많다"며 "꾸준히 해서 체력을 길러야겠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점심 '혼밥족'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보디 프로필을 찍기 위해 혼자 샐러드를 먹는 직장인 박모씨(29)는 "식단을 관리하기 위해 점심은 무조건 샐러드를 먹는데 상사가 '왜 밥을 같이 먹지 않냐', '부서에 불만 있는 건 아니냐'는 식으로 말해서 어쩔 수 없이 같이 먹었다"며 "점심시간은 엄연한 휴게시간인데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있고 싶다"고 털어놨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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