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구토 영유아 아파도 보낼 곳 없어
병원 운영비 지원해 의료공백 해결할 것
민간의 적극 참여·예산 확보 '중요 과제'
광주광역시 5개 자치구 중 동구만 유일하게 아동병원이 없다. 동구에 사는 부모들은 한밤중에 아이가 아프면 다음 날까지 참고 기다리거나 야간진료하는 타지역 아동병원을 찾아야만 한다.
가까운 대학병원 응급실에는 소아과 전문의가 없어 제대로 된 처치를 기대하기 어려워 광산구 등 먼 거리까지 이동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동구'라는 슬로건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지역 내에서 합계출산율(작년 기준 0.96)은 가장 높은데 관련 인프라는 가장 열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밤에 6살 아이가 40도 이상의 고열 증상으로 울고불고 난리였는데 동구에선 봐줄 의사가 없어 광산구까지 갔어요."
김재식 광주광역시 동구의회 의장이 오래 전 한 주민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라고 한다.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아픈 동시에 주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의장은 최근 의장실에서 본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공공심야 어린이병원 지원 조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공심야 어린이병원은 18세 이하 소아 환자가 심야나 휴일에도 진료받을 수 있는 곳으로 보건복지부 2014년 시행한 정책이다.
김 의장은 동구에도 최소 밤 12시까지 야간 진료하는 병원을 지정해 인건비·운영비 등 경비를 지원해야 한다며 관련 조례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주간에서 야간 진료로 확대할 경우 의사 2~3명, 간호사 1명 등 의료 인력이 더 필요하다.
병원마다 2교대, 3교대 등 근무 시간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이 달라지겠지만, 인천의 한 병원(1차 병원)은 매달 6000만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김 의장은 "예산 관련해서 광주시와 매칭해서 추진할 수 있는지 기회를 엿보고 있고, 병원 측에도 재능기부 차원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산이 허락한다면 새벽 2~3시, 더 나아가 24시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그래야 실질적인 소아 환자의 불편함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최근 여러 병원 관계자와 미팅을 가져 해당 의료 정책의 좋은 취지를 설명하고 수익보다 공공에 기여한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그는 "조례만 덜컥 만들기보다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고 있다"면서 "대학병원에는 수익 등 문제로 관심이 없어 1차 병원 중심으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실 소아청소년과가 비보험 진료도 적고 진료비가 낮아 병원 경영난을 초래하고 있다"며 "정부의 의료수가 현실화 정책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광주지역 내 아동 치료 시설 현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소아청소년과 452개소, 아동병원 11개소, 응급의료기관 20개소가 있는데 이 중 아동병원은 동구를 제외한 광산구(4곳)·서구(3곳)·남구(2곳)·북구(2곳)에 모두 갖춰져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는 "타자치구 아동병원 일부가 야간진료(20~21시)를 하고 있었지만 심야에는 진료할 의사가 없어 의료 공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심지어 동구에는 야간진료를 하는 아동병원조차 없어 공공심야 어린이병원이 확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선 의료시설, 교육시설, 편의시설 등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며 "앞으로 구청과 의회가 함께 예산 투입과 조례를 통한 지원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호남취재본부 박진형 기자 bless4y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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