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 기업 자금조달처 CLO 시장 위축
자본조달비용 급등…디폴트 우려 확산
미국 저신용 기업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이들 기업의 차입비용이 상승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경기 둔화 여파로 조달금리가 올라가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도산 위험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저신용 기업들은 최근 1조4000억 달러(약 1800조 원) 규모의 '정크론' 시장이 위축되면서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은행 대출채권들을 묶어서 다시 이를 담보로 찍어낸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 LCD에 따르면 올 들어 6월12일까지 CLO 신규 발행 규모는 500억 달러대로 1년 전(600억달러대) 대비 감소했다. CLO 신규 발행량이 급증했던 2021년(700억달러대)과 비교하면 감소 폭은 더 커진다.
CLO 신규 투자 뿐 아니라 재투자 역시 줄어들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연말 재투자 기간이 종료되는 CLO 비중은 지난해 말 20%에서 올해 연말 40%로 늘어날 전망이다. 신용이 낮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그만큼 어려워짐을 뜻한다.
실젤로 캘리포니아 최대 전력회사인 퍼시빅 가스 앤 일렉트릭(PG&E)은 최근 대출 연장이 보류됐다. 치과 서비스 제공업체인 허트랜드 덴탈, 디지털 미디어 기업인 인터넷 브랜즈는 대출 만기 연장 과정에서 종전 대비 차입 비용이 상승했다. 특히 허트랜드의 경우 대출금리가 무려 1.25%포인트나 뛰었다.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Fed의 고강도 긴축과 경기 둔화 등 거시경제 여건 악화가 기업들의 자금조달시장 경색으로 이어졌다. 정크론 부실 우려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1조4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정크론 시장에서 올 들어 18건, 총 210억 달러(약 27조 원) 규모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발생했다. 지난 2년간(2021~2022년) 부실이 발생한 대출을 합한 금액보다도 많다. 정크론 부도율 역시 지난해 4월 4%에서 올 4월 6%로 치솟았다.
블랙스톤의 유동성 신용 전략 글로벌 헤드인 롭 제이블은 "기업들이 새로운 대출기관의 관심을 끌어야 하기 때문에 자본조달비용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프레틱 굽타 BoAf 전략가는 "전통적으로 CLO 대규모 투자자인 대형 은행들이 지난해 스트레스 테스트 후 이 시장에서 물러나기 시작했다"면서 "은행들이 그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있어서 더 보수적이 됐다"고 설명했다.
고금리에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저신용 기업들을 중심으로 도미노 부실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스티브 카프리오 도이체방크 유럽·미국 신용 전략 헤드는 "우리는 채무불이행 사이클 진입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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