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선 전 평가원장 MBC라디오 인터뷰
"사교육 근본 원인, 학벌사회·대학서열 때문"
정부가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사교육 이권 카르텔'의 주범으로 지목한 가운데 성기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전혀 동의할 수가 없는 문제의식"이라고 지적했다.
성 전 원장은 20일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지금 주어진 조건 속에서는 초고난도 문항, 고난도 문항, 중난도 문항, 저난도 문항의 분포를 해야 하고, (학생 간) 성취도가 차이가 나야 지금의 대입제도에서의 정시가 정상적으로 유지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행 교육과정 체계에 대해 "공교육을 중심으로 해서 공교육 정상화 법안에 의해서 수능은 우리가 갖고 있는 교육 과정에 근거해 학교에서의 학습 내용을 중심으로 출제하고 있다"며 "사교육과의 관계를 어느 한 쪽에서도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사실은 잘 관리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사교육과의 카르텔 문제는 그렇게 쉽게 엄단하고 겁박할 내용이 아니다"며 "사실은 어려워서 사교육이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학벌 사회, 대학 서열주의 이러한 문제 때문에, 사실은 사교육에 대한 불안 때문에 더 (학원으로) 가는 것이다. 물론 문항이 어려워서 가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바로 연결된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성 전 원장은 "교육에, 특히 수능과 관련된 발언은 정치영역이나 행정영역에서 과감하게 지르는 방식으로 가서는 절대 안 되는 부분"이라며 "교육에서 갖고 있는 내적인 논리, 수능 출제의 기본적인 원칙과 준비도를 따져보면 정말 외부압력이 들어가는 순간 그것은 굉장히 어려운 상황으로 빠지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성 전 원장은 또 초고난도 문항을 줄이면 고난도 문항이 늘어나게 된다며 사교육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상위권 또는 중위권 학생들은 훨씬 더 수학을 어렵게 생각한다"며 "그러면 사교육이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 전 원장은 초고난도 문항이 줄면 변별력도 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위 최상위권의 대학들은 변별할 수가 없다"며 "1등급이 4%인데, 이 4%가 만약에 8%, 10%가 돼 버리면 소위 말해서 등급 점프가 일어나서 1등급이 있다가 한 문제 틀리면 3등급이 된다. 실수에 의해서 자기 점수가 낮아지면 거기에 대한 불안감이 훨씬 커진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 전 원장은 교과서 밖에서 출제되는 초고난도 문항이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초고난도 문항은 대부분이 EBS 교재에 있는 지문을 활용해서 새로운 문항을 조직한다"며 "일반인들은 EBS 교재를 못 보니까 고등학생들이 왜 이런 국어 시간에 왜 이렇게 경제학이나 과학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하느냐 하는데 국어에서 글을 읽고 비문학의 지문을 읽고 그 능력을 체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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