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행 난민선 전복 600여명 사망
"인종·성·연령 차별 있었다" 증언
여성·아동 선체 밑에 사실상 감금
지난 13일(현지시간) 그리스 남부 펠레폰네소스 연안에서 유럽으로 향하던 난민선이 전복돼 600여명이 숨지는 사고가 벌어진 가운데, 해당 배 안에서 극심한 인종·성·연령 차별이 있었다는 생존자 증언이 나왔다.
지난 18일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전복 사고 생존자들은 그리스 해안경비대에 "배가 뒤집어질 때 파키스탄 출신 사람들은 생존 가능성이 훨씬 희박한 갑판 아래층으로 밀려났다"라고 전했다. 또 배 안에서 승조원들은 파키스탄 국적자들을 유독 학대했다고도 덧붙였다.
실제 배 안에 탑승해 있던 파키스탄 국적자 중 대다수는 사망하거나 실종된 상태다. 이 배 안에는 750명가량이 승선 중이었고, 이 가운데 400여명이 파키스탄 출신이었다.
총 생존자 104명 중 파키스탄 국적은 12명에 불과하다. 약 390명 이상의 파키스탄 출신 승선자는 전부 숨지거나 실종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파키스탄 현지 매체도 "이번 사고로 최소 298명의 국민이 숨졌고, 그중 135명은 분쟁지 카슈미르 출신"이라고 보도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19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난민 브로커 역할을 한 이들을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또 생존자들은 선박 안에서 성별, 연령에 따른 차별도 극심했다고 진술했다. 남성들은 과밀 상태 난민선에서 여성, 어린이들을 보호해주겠다며 배 밑바닥에 있는 화물칸에 이들을 사실상 감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확인된 생존자 중 여성, 아동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가 전복될 때 물이 선체 밑바닥부터 채우는 바람에 모두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올해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으로 입국을 시도한 이들은 7만명에 육박한다.
이번 사고는 약 11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2015년 리비아 난민선 침몰 이후 지중해 최악의 선박 침몰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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