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정책 대응 필요 징후 아직 없어"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저효과 영향으로 6월과 7월 2%대로 낮아진 이후 다시 높아져 등락하다가 연말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장기 인플레이션율이 2%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봤으며, 하반기 물가가 예상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면 정책 대응이 필요할 수 있겠지만 아직 그런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한은은 19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물가전망을 내놨다. 이날 최창호 한은 조사국장은 "작년 상반기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 효과로 올해 6, 7월 2%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작년 8월 석유류 가격이 크게 하락한 만큼 올해 8월에는 반대로 기저효과가 나타나면서 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이달에 이어 7월까지 2%대로 낮아질 것으로 보이며, 당분간 근원물가 상승률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8월 이후에는 다시 높아질 것이라는 의미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5%로 제시했다. 올해 근원물가 상승률 예상치는 3.0%에서 3.3%로 상향했다.
서비스물가 둔화 속도 과거보다 더뎌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올해 상반기 중 뚜렷한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1~5월 기준) 중 상승률은 4.2%(전년 동기 대비)로 지난해 하반기(5.6%)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올해 들어서는 연초 5.2%에서 5월 중 3.3%로 빠르게 둔화했으나 아직 물가안정목표(2%)를 상당폭 상회하고 있다.
근원물가는 올해 상반기 중 상승률이 4%로 지난해 하반기 4.1%에 비해 소폭 낮아지는 데 그쳤다. 상반기 중 월별 흐름을 보면 1월 4.1%에서 5월 3.9%로 더디게 둔화하면서 4월 이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하고 있다.
최 국장은 "근원물가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더디게 둔화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과거 물가 둔화기에 비해 더디게 떨어지고 있다"며 "1998년, 2008년, 2021년 모두 물가가 정점에 있다가 이후 둔화했는데 상품물가는 이전에 비해 둔화속도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서비스물가는 과거에 비해 현저히 둔화속도가 더디다"고 말했다.
한은은 서비스물가의 경직적인 흐름은 서비스소비와 고용이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민간소비의 경우 팬데믹 이후 방역조치 영향으로 서비스소비가 제약됐고 재화 소비 중심으로 늘었지만 이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로 서비스소비가 빠르게 반등했다는 것이다. 또 고용측면에서는 취업자수가 1998년, 2008년에는 감소한 반면 최근에는 오히려 증가하면서 근원물가의 경직적 흐름에 기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급측면에서도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이 근원물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향후 물가 여건을 볼 때 국제유가는 하반기 이후 중국경제 회복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 계절적 수요 등으로 완만한 상승 압력을 받겠으나 주요국 경기 부진 지속, 통화긴축 강화 우려 등이 하방 리스크로 잠재해 있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제식량가격의 경우 곡물 가격이 지난해 고점(2분기) 대비 크게 낮아졌으나 설탕과 육류 가격 불안정, 엘리뇨 등에 따른 이상 기후, 러시아·우크라이나 곡물수출협정 중단 가능성 등이 리스크 요인으로 잠재해 있다는 설명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서비스소비가 하반기 중에도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임금 오름세는 점차 둔화할 것으로 봤다. 다만 대면서비스 부문이 여행객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예상보다 크게 개선되고, 누적된 비용인상압력의 근원물가 전가가 지속될 경우 근원물가에 대한 상방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대중교통요금 인상, 승용차 개소세 인하종료 물가 상방압력
정부 측면에서는 하반기 대중교통요금 인상,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조치 종료 등이 물가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류세 인하폭이 축소되거나 전기·도시가스요금이 추가 인상될 경우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최 국장은 "앞으로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인상 정도 관련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근원물가의 경우 전망의 상방리스크가 다소 크다"며 "양호한 소비와 고용 흐름이 이어질 경우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의 근원물가 파급영향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호조를 나타내면서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고용시장이 대면서비스 등 계속 늘고 있고, 여성·고령층을 중심으로 노동공급이 증가하면서 예상보다 양호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경제 측면에서 보면 소득이 늘고 소비가 늘면서 근원물가에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물가에 따른 정책 필요성 관련 질의에 이 총재는 "장기 인플레이션율은 2%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본다"며 "하반기 물가가 저희 예상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면 정책 대응이 필요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징후를 보이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이날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고 원·엔 환율이 800원대로 진입한 가운데 부총리가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을 언급한 데 대해 "한일 통화스와프는 경제적 요인보다는 한국과 일본의 국제 관계 정상화, 경제협력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다"며 "환율 안정성이 아니라도 한·일간 경제교류, 기업 투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양국 경제 관계가 다시 회복됐다는 상징적 중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최근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 15~17% 떨어지다가 최근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은행권 중심으로 부동산 담보대출이 늘고 있다"면서 "이 시점에서 가계대출이 늘고 부동산 시장이 살아난다고 보는 것은 성급하며, 부동산 가격이 금방 올라가는 그런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메이드인차이나' 오히려 좋아…신혼집 필수품 '로...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