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증권성 주장에 알트코인 가격 추락 영향
“도미넌스 증가와 가격 상승은 다른 문제”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 중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인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22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총 19종의 알트코인에 대해 증권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들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한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16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47.83%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7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9월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37% 수준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증가세를 그렸다. 이달 들어서는 지난 6일 44.83%를 기록한 이후 10일 만에 3%포인트가량 올랐다.
앞서 지난 5일과 6일 SEC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에 대해 제소하면서 이들에 상장돼 있던 19종의 코인에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SEC가 증권성이 있다고 주장한 코인은 바이낸스 발행 코인인 바이낸스코인과 BUSD를 비롯해 솔라나, 폴리곤, 에이다, 파일코인, 샌드박스, 엑시인피니티, 알고랜드, 디센트럴랜드, 코티, 코스모스, 칠리즈, 플로우, 디피니티, 니어프로토콜, 대시, 보이저, 넥소 등이다.
전체 시가총액 순위 4위인 바이낸스코인은 SEC의 제소 이후 이날까지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21%에서 3.53%로 줄었다. 솔라나도 같은 기간 0.72%에서 0.59%로 줄었고, 전체 시가총액 순위 10위 밖의 코인들의 비중은 14.30%에서 12.85%로 감소했다.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증가한 것은 SEC의 증권성 주장 이후 비트코인 가격 하락 대비 알트코인 가격 하락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최근 일주일간 가격 하락폭을 보면 비트코인은 3.95%인 반면 바이낸스코인은 9.59%, 솔라나 21.62%, 알고랜드 9.40%, 칠리즈 23.53%, 대시 24.28% 등으로 나타났다. SEC가 해당 가상자산에 대해 증권으로 판단해 규제할 경우 현재보다 더 높은 강도가 적용될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가격 하락이 나타나게 된다.
이처럼 비트코인의 지배력이 높아지면서 앞으로 가격이 급상승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 스트래티지 설립자는 가상자산 시장이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다시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SEC의 규제는 비트코인 투자자에게 호재가 될 것"이라며 "비트코인의 가상자산 시장점유율이 2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비트코인의 점유율이 40%에서 48%까지 늘었다"라며 "SEC가 다른 토큰을 계속 겨냥할 경우 비트코인의 시장점유율이 최대 80%까지 급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비트코인 가격이 현재 수준에서 10배, 더 나아가 100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게 논리적 진행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크로 스트래티지는 테슬라와 함께 대규모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SEC의 규제로 알트코인에 위기가 닥쳤기 때문에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오를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동의한다"라면서도 "비트코인은 만들어진 목적 자체가 자본 조달이 아니어서 증권성 문제에서 한발 물러서 있지만 이더리움을 비롯한 가상자산은 증권성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증가하는 것과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다른 문제"라면서 "다른 코인의 가격이 내려서 비트코인 가격이 반짝 상승할 순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비트코인도 가상자산 시장에 속해 알트코인의 악재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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