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人사이드] '완치율 95%' 추억을 고치는 75세 장난감 의사 이야기
'장난감 닥터' 스미 후미요시 이야기
장난감 수리·장애아동 위한 개량도
혹시 지금까지 간직한 어린 시절의 장난감이 있나요? 저는 이사 갈 때마다 함께하는 큰 고래 인형이 있는데요. 매번 버리라는 주위의 소리를 무시하고 20년째 함께 살고 있습니다. 다 헤져서 못 쓰는 상태지만, 거의 오랜 친구로 지낸 것이나 마찬가지라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얼마 전 일본 지지통신은 고장 난 장난감을 고쳐주는 유명한 장난감 의사 선생님 이야기를 보도했습니다. 21년 6개월 동안 병원을 운영하며 8000여건의 장난감 수리를 맡았고, 완치율 95%를 자랑한다고 하는데요. 어릴 적 갖고 놀던 장난감을 고쳐주는 것부터 시작해 장애 아동들을 위한 장난감을 만들어주기도 해 화제가 됐습니다. 오늘은 '장난감 닥터'로 불리는 75세 스미 후미요시씨를 소개합니다.
스미씨는 원래 장애 아동이 다니는 특수학교 교사였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을 고민하던 중, 학교 인근의 중고 장난감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가게 주인이 못 쓰는 거라고 버리겠다는 것을 받아다가 몇 번 만져 봤는데 쉽게 고쳐졌다고 합니다. 이를 시작으로 자연스레 직접 중고 장난감을 받아와 고쳐서 수업 때 사용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신문에서 장난감을 고치는 장난감 병원이 있다는 기사를 읽게 됩니다.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에 무작정 찾아가 가르침을 받았고, 퇴직 후에는 3년간 전자공학을 배우며 개원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개원 초에는 근처에 전단을 뿌리고, 홈페이지를 만들어 홍보했다고 합니다. 동네 아이들이 고쳐 달라고 가져온 장난감도 흔쾌히 고쳐줬다고 하네요. 아이들도 옆에 앉아서 장난감이 수리되는 과정을 지켜보곤 했다고 합니다. 다만 코로나19로 장난감 주인들과 대면하는 일이 많이 줄어 요즘 부쩍 쓸쓸함을 느끼는 스미씨입니다. 요즘은 전국에서 택배로 장난감 환자들을 보내는 일이 더 많다고 하네요.
병원은 개원한 지도 벌써 21년 반이 지났습니다. 이곳에는 여러 가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찾아왔었는데요. 2017년에는 중년 남성이 상체가 너덜너덜해진 인형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식사할 때 이 인형을 꼭 옆에 앉히고 밥을 먹이는데, 너무 더러워졌으니 고쳐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말기 암에 걸린 남편에게 힘을 주기 위해 옛날에 가족들끼리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을 고치고 싶다는 의뢰도 있었다고 합니다. 핀볼 장난감을 고쳐줬는데, 나중에 의뢰인이 다시 찾아와 "돌아가시기 전에 가족들끼리 모여 게임을 하고 놀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맞는 부품을 구하지 못하거나 하면 고치지 못하고 돌려보내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고 하는데요. 요즘은 3D 프린터가 출시된 덕분에 단종된 장난감 부품도 쉽게 제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완치율은 앞으로 더욱 오를 예정이라고 하네요.
스미씨는 추억을 고쳐주는 일뿐만 아니라 장난감 개량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특수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마비 등으로 손과 다리만 움직일 수 있는 아이라도 그 부분에 맞춘 스위치가 있으면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스미씨는 장난감 내부에서 밖으로 단자를 꺼내 가볍게 누르거나 접촉만 해도 전원이 켜지는 스위치를 개발해 아이들이 편히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했습니다. 움직일 수 있는 정도에 맞게 다양한 종류의 스위치를 개발했는데, 1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스미씨는 예전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 인터뷰에서 "장난감을 좋아하는 것은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라며 "장애가 있어도 자신의 힘으로 장난감이 움직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75세의 나이에 열정적으로 일을 하는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는 치켜세우는 평가에는 겸손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스미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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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선 저 자신이 장난감을 만나는 것이 설레고, 고치는 것이 즐겁습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남을 위한다면 행복한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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