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회사 기밀 챗봇 입력 금지
MS·삼성·애플·아마존도 내부에 AI 가드레일
EU는 세계 최초 AI 규제 법안 가결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와 생성형 인공지능(AI)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구글이 직원들에게 'AI 사용 경계령'을 내렸다. '챗GPT' 열풍에 따라 업무에 AI를 활용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AI개발사들 조차 부작용을 우려하며 업무에 활용하는 것을 막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유럽연합(EU)은 세계 최초로 AI 규제 법안을 가결하는 등 AI 규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직원들에게 영업 기밀 자료를 생성형 AI에 입력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 지침은 챗GPT와 같은 경쟁사 서비스는 물론, 자사 AI인 '바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알파벳은 엔지니어들에게 챗봇이 생성할 수 있는 컴퓨터 코드를 직접적으로 사용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알파벳은 구글 직원들이 영업 기밀을 입력할 경우 AI가 훈련 중에 흡수한 데이터를 재생산해 외부로 유출할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다양한 정보와 결합, 추론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에 맞서 바드를 내놓는 등 AI 경쟁을 가속화하는 과정에서 혹시 모를 사업적인 손실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구글은 이와 관련해 "기술의 한계에 대해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MS도 직원들의 AI 사용을 경계하고 있다. 구글과 마찬가지로 업무시 사용을 제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수프 메흐디 MS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기업들은 직원들이 업무에 챗봇을 사용하길 원하지 않는다는 게 상식적"이라며 "기업들은 상당히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우리의 정책은 훨씬 더 엄격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삼성, 애플, 아마존, 도이체방크 등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AI 챗봇에 대한 내부 가드레일(안전장치)을 속속 마련하고 있다.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도 직원들의 AI 활용도는 높아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킹 전문 애플리케이션인 피시볼이 직장인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가 업무시 상사에게 알리지 않고 챗GPT와 같은 AI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메일, 문서 작성시 챗GPT를 쓸 경우 업무 처리 속도를 크게 늘릴 수 있어서다.
회사 영업 비밀 유출 외에도 AI의 부작용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22일 AI가 가짜로 만든 미국 국방부 청사(펜타곤) 폭발 사진이 온라인에 빠르게 퍼지면서 미국 뉴욕 증시에서 S&P500 지수는 30분 만에 0.3% 하락했다. 펀드매니저가 아닌 컴퓨터가 알고리즘에 따라 투자하는 퀀트투자 방식은 AI가 유포하는 가짜 정보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헤지펀드 플로린 코트 캐피탈의 더그 그리니그 창업자는 "AI는 확실히 점점 관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정보에 있어 모든 방식의 장난, 피해에 대한 문을 열어 젖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서둘러 AI 규제 방안 마련에 착수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입법기구인 유럽의회는 지난 14일 세계 최초로 AI 규제 법안을 가결시켰다. 챗GPT 등 생성형 AI 콘텐츠의 출처를 표기하고, 공공장소에서 안면인식 등 원격 생체 인식을 금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미국 의회도 AI 청문회를 개최하는 등 규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앞서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미국의 AI 전문가들 역시 "AI로 인한 인류 절멸을 막아야 한다"며 규제 필요성을 촉구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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