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국가 기반산업" 글로벌 패권경쟁 활활
세계 1등 야심 중국 VS 견제 나선 미국
R&D·투자 뒤처진 韓…AI 식민지 우려
인공지능(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패권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추격자였던 중국은 연구개발(R&D)에서 미국을 따돌리며 야심을 드러냈다. 미국 역시 막강한 자본을 앞세워 중국 견제에 돌입했다. 한국은 R&D와 투자에서 크게 밀리면서 AI 주권을 위협받는 처지다.
14일 글로벌 학술정보 서비스 기업 클래리베이트가 최근 5년간(2018~2022년) 생성형 AI 분야 논문을 분석한 결과 중국이 1위(1만9318건)를 차지했다. 미국은 1만1624건으로 중국 뒤를 이었다. 최근으로 좁혀 보면 중국의 약진이 돋보인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의 '2023 글로벌 AI 인덱스'를 보면 2021년 전 세계 AI 연구논문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9.8%다. 10.0% 비중을 차지한 미국을 압도했다. 중국이 AI 경쟁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데 필요한 기초체력을 확실히 다진 셈이다.
최근에는 기술 상용화로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바이두는 지난 3월 챗GPT 대항마로 자체 AI 챗봇인 '어니봇'을 내놨다. 알리바바는 지난 4월 AI 챗봇 뼈대 기술인 초거대 언어모델(LLM) '통이 첸웬'을 전 제품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텐센트, 화웨이, 바이트댄스 등 중국 대표 IT 기업들은 일제히 AI 챗봇 시장 참전을 선언했다. 자체 AI 생태계 조성에도 나섰다. 바이두는 최근 AI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10억위안(약 1782억원) 규모의 펀드를 설립했다. 챗GPT를 개발한 미국 오픈AI가 지난해 1억달러(약 1275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 것과 같은 행보다.
미국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막대한 자본력으로 중국과 격차를 벌리려 한다. 지난해 미국의 AI 분야 민간 투자 규모는 474억달러(약 60조원)를 기록했다. 중국이 투자한 134억달러(약 17조원)보다 3배 이상 큰 규모다. 지난해 신규 투자를 받은 AI 기업 수도 미국(542개)이 중국(160개)을 앞섰다. 생성 AI를 선도하는 제2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나올 수 있도록 루키 양성에 나선 것이다.
본격적인 거리두기에도 나섰다. 미국과 중국은 AI 분야에서 공동 연구를 가장 활발히 한 나라였으나 2021년부터 급속히 둔화했다. 영국, 독일, 호주 등 다른 나라로 연구 파트너를 교체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MS는 중국에 있던 AI 연구소(MSRA)를 캐나다로 이전하는 '밴쿠버 플랜'을 가동했다. 자국 챗GPT 개발에 필사적인 중국에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전략이다.
미국과 중국은 AI를 미래 패권 경쟁의 핵심 요소로 본다. 이제 막 태동하는 AI 산업을 선점해야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을 넘어 안보, 정치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 국가 기반 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양국이 AI 기술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AI 분야에서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마스터플랜인 '차세대 AI 발전계획' 가동 중이다. 미국은 '국가 AI 이니셔티브법'을 통해 지난해 AI 분야에 17억달러(약 2조1675억원)의 예산을 부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AI 성능을 좌우하는) 파라미터가 조 단위까지 오면서 AI 기술 개발에 필요한 자본싸움이 극대화됐다"며 "개인이나 기업이 아닌 국가 차원의 경쟁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이들과 비교해 AI 역량이 뒤처진다는 평가다. 최근 5년간 생성형 AI 분야 연구논문 실적에서 우리나라는 5위(2682건)를 차지했다. 1~2위를 차지한 중국, 미국과 비교해 6분의 1 수준이다. 양에서만 뒤지는 것은 아니다. 인용된 상위 1% 논문에서 한국은 7위(70건)에 머물렀다. 1위 미국(691건), 2위 중국(565건)과 격차가 크다. 민간 투자 규모도 마찬가지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의 AI 투자 규모는 55억7000만달러(약 7조원)로 집계됐다. 세계 9번째 규모로 1위 미국의 2489억달러(약 317조원)와 비교해 2%에 불과하다. 지난해만 보면 한국 투자 규모는 31억달러(약 4조원)로 늘었지만 여전히 미국 473억6000만달러(약 60조원)의 6%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에서 손꼽히는 AI 기술을 갖고도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독자적인 초거대 AI 모델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중국, 이스라엘, 한국 등 4개국에 불과하다. 전쟁터 한복판에 선 기업들의 위기감은 남다르다. 구글이 모바일 앱마켓을 장악하고 수수료 정책으로 생태계를 좌지우지하듯 AI에서도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 총괄은 "생성 AI로 국내총생산(GDP)의 4% 정도에 달하는 시장이 열릴 수 있다"며 "자체 AI 기술을 갖지 못하면 GDP의 4%를 외부에 지불하는 AI 식민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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