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대규모 재건축 사업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신탁방식을 택한 사업지들이 늘고 있다. 최근 정비사업에서 공사비 인상 문제로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빈번해지자 전문가에게 협상을 맡기자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삼익아파트는 최근 한국토지신탁과 예비 신탁사 선정 양해각서(MOU) 안건을 의결했다. 이로써 여의도 내 16개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 중 신탁방식을 택한 곳은 7곳으로 늘었다. 시범·수정·광장(3~11동) 등 3곳은 한국자산신탁, 한양·공작 등 2곳은 KB부동산신탁, 삼익은 한국토지신탁, 은하는 하나자산신탁을 각각 신탁사로 선정했다.
여의도 재건축 사업지에서 신탁방식이 대세로 떠오른 이유는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요구로 조합이 난항을 겪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보다는 건설사·금융사 출신 인력으로 구성된 신탁사가 더 매끄럽게 사업을 추진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대출금리 경쟁력도 신탁사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일부 단지에선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가 이주비 대출이나 중도금 대출금리를 낮게 책정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사업비 대출과 관련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을 받기 쉽고, 금융지주의 신용 보강을 통해 금리도 낮아진다는 점이 장점으로 부각됐다.
물론 신탁방식이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통상 신탁사는 분양대금의 1~2%를 수수료로 떼어가는 데 이 금액이 수백억원에 이른다. 아울러 토지면적 3분의 1 이상을 신탁등기 해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신탁등기를 마치고 나면 매매를 편하게 할 수 없다거나, 한번 신탁방식을 선택하고 나면 해지하기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쉽게 말해 신탁사가 사업을 진행하다가 엎어지게 되면, 소유자들이 맡긴 토지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여의도 목화·삼부·대교·미성·광장1~2동 등 5곳은 조합을 설립했거나 설립 예정이며, 장미·화랑·진주·초원 등 4곳은 추진 방식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도시정비사업에서 신탁방식은 점점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지난 2016년 관련 법 개정으로 신탁방식의 도시정비사업이 허용된 이후 누적 수주금액이 47조원에 이른다. 건수도 가파른 증가세다. 2016년 6건에 머물렀으나 2020년에는 31건으로 처음으로 연간 30건을 넘어선 이후 2021년 36건, 2022년 30건, 올 1~5월 8건 등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2016년부터 올 5월까지 약 7년간 161건이 신탁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됐거나 진행을 앞두고 있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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