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바이낸스·코인베이스 제소하며 관련 코인 증권성 있다고 판단
증권성 인정되면 SEC 관리 받고, 예전보다 강한 규제 불가피
논란 일자 가상자산 전체 시가총액 100조원가량 감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증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를 제소하면서 이들이 상장한 총 19종의 코인에 대해 '증권성'이 있다고 밝혔다. SEC가 알트코인 중에서도 이름값이 있는 19종의 코인에 제동을 걸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3일 오후 2시 기준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1조584억1258만달러(약 1347조8884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이달 초 시가총액 1조1346억9174만달러(약 1445조299억원)와 비교하면 100조원가량 감소한 수치다. 아울러 SEC가 바이낸스를 제소한 지난 5일과 비교하면 117조원 넘게 급감했다.
SEC 제소 이후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감소세를 보인 것은 유명 알트코인에 대해 증권성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SEC는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를 각각 제소하면서 이들에 상장돼 있던 19종의 코인에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바이낸스 발행 코인인 바이낸스코인과 BUSD를 비롯해 폴리곤, 에이다, 솔라나, 파일코인, 샌드박스, 엑시인피니티, 알고랜드, 디센트럴랜드, 코티, 코스모스, 칠리즈, 플로우, 디피니티, 니어프로토콜, 대시, 보이저, 넥소 등이 이에 속한다. 바이낸스코인은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 순위 4위에 해당하며 솔라나는 9위, 폴리곤은 11위를 기록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인 BUSD도 15위를 나타내고 있다.
만약 SEC의 주장대로 증권성이 인정되면 SEC 관리 범위에 속하게 되고, 이전보다 강한 규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가격은 큰 폭 하락했다. SEC는 바이낸스코인과 BUSD 등에 대해 투자계약 형태로 발행돼 증권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번 여파로 바이낸스코인은 논란 이전 300달러대에서 거래됐지만 230달러대로 주저앉았다.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는 SEC가 증권성이 있다고 규정한 카르다노, 솔라나, 폴리곤 등에 대해 오는 27일부터 거래지원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SEC가 증권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코인 중 바이낸스코인, 솔라나, 에이다, 폴리곤 등은 국내 5대 원화마켓 운영 거래소에서도 거래돼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원화마켓 운영 거래소 고팍스·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으로 구성된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닥사)는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자체적으로 검토해 증권인 경우 거래지원을 하지 않는 등 현행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금융감독원도 지난 2월부터 증권성 판단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TF는 가상자산의 증권성 점검을 위한 체크리스트 마련, 업계 질의 사항 검토, 가상자산의 기술적 특성과 증권 개념의 연계성 검토, 사례별 증권성 검토 의견 마련 등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에선 하위테스트(Howey Test)로 증권성 존재 여부를 판단한다. 해당 기준에는 ▲돈을 투자했는가 ▲투자하면서 수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는가 ▲다수가 투자한 돈이 공동 기업에 속해 있는가 ▲수익은 자신의 노력 대가가 아닌 돈을 모으는 자 혹은 제3자의 노력의 결과에서 비롯되는가 등이 포함된다.
이와 달리 국내 자본시장법은 증권에 대해 '내국인 또는 외국인이 발행한 금융투자상품으로서 투자자가 취득과 동시에 지급한 금전 등 외에 어떠한 명목으로든지 추가로 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증권 여부를 판단할 때 명시적 계약·약관·백서의 내용에 더해 묵시적 계약, 수익배분 내용, 광고·권유, 약정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파악한다. 증권은 형식에 따라 채무증권·지분증권·수익증권·파생결합증권·증권예탁증권·투자계약증권으로 나뉜다. 정형화된 다른 증권과 달리 투자계약증권의 경우 폭넓게 적용된다. 때문에 가상자산에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투자계약증권의 한 형태로 구분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SEC는 국내보다 증권성에 대해 더 폭넓게 보는 경향이 있었다"라면서 "SEC가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한 코인이 반드시 우리 시장에서도 증권성을 가지는 것으로 볼 순 없지만, 시장 여파를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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