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공과대 연구팀
우주태양광발전소 원천기술 확보
사상 처음으로 우주에서 에너지를 무선 송·수신하는 실험이 성공했다. 지표면에서보다 8배 이상 효율이 높은 우주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지구 어느 곳에나 보낼 수 있는 원천 기술이 확보됐다.
캘리포니아공대가 제작한 우주태양광발전소 기술 시현 위성 SSPD-1호 내부. 태양광 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마이크로파로 바꿔 무선 송신 장치에서 수신 장치(오른쪽)로 전달해 LED를 켜는데 성공했다. 사진출처=캘리포니아공대 홈페이지.
12일(현지 시각) 우주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은 캘리포니아공과대(CIT)가 지난 1월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를 통해 우주태양광발전프로젝트(SSPP)의 일환으로 발사한 실험위성(Space Solar Power Demonstrator·SSPD-1호)이 최근 이같은 실험을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 위성은 발전기의 몸체인 '돌체(DOLCE)', 광전지 '알바'(ALBA)', 초경량 마이크로파 무선 전력 전송 장치 '메이플'(MAPLE)로 구성돼 있다. 이 위성은 태양광 발전을 통해 전력을 생산한 후 마이크로파로 전환해 지구에 발사했다. 이후 CIT 연구팀은 캘리포니아 패서디나 캠퍼스 내 고든&베티 무어 공학연구소 건물 지붕에 설치한 장비를 통해 지상에서 이를 수신하는 데 성공했다. 또 SSPD-1호 내부에서도 마이크로파화 된 전력을 약 1피트 가량 떨어진 송·수신 장비 사이에 주고받아 두 개의 LED를 밝히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알리 하지미르 SSPP 부책임자는 "지금까지 진행한 실험 결과 우주에서도 성공적으로 전력을 송ㆍ수신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지구에도 에너지를 전송해 감지할 수 있었으며, 지상 테스트에서 성공했던 장비가 우주에서도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특히 MAPLE 장비가 특별한 보호 장치 없이 우주의 거친 환경, 즉 우주방사선· 태양 복사열·극단적 온도 변화에 노출됐음에도 정상적으로 작동해 앞으로 손쉽게 규모를 더 키울 수 있게 됐다는 점을 반기고 있다. 하지미리 부책임자는 "우리가 아는 한 우주에서 무선 전력 전송 실험을 성공한 사람은 없다"면서 "유연하면서도 가벼운 구조물과 독자 개발한 융합 회로를 통해 처음으로 해냈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메이플 장비는 빛의 간섭 효과(interference effect)를 이용해 우주에서 에너지를 무선 전송한다. 빛은 파동의 성질을 갖는데, 2개의 빛이 합쳐졌을 때 같은 파장ㆍ위상을 갖는다면 하나로 합쳐져 더 강해지는 보강 간섭 효과(constructive interference)가 발생한다. 만약 파장은 같지만 위상이 다르면 서로 상쇄돼 소멸하는 상쇄적 간섭(Destructive Interference) 효과가 일어나게 된다. 연구팀은 이같은 원리를 이용, 빛의 파장ㆍ위상을 정밀히 조절해 나노초(10억분의 1초) 단위로 에너지의 방향을 빠르게 바꿔 원하는 수신처로 원격 전송하는 기술을 개발해 이번 실험에서 성공시켰다.
연구팀은 현재 메이플 장비를 구성하는 개별 요소들의 성능을 평가하고 있다. 약 6개월 정도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힘든 과정이다. 이는 향후 실용화ㆍ상용화 가능한 대규모 우주태양광 발전ㆍ전송 장비를 만드는 데 활용된다. 하지미르 부책임자는 "인터넷이 정보 접근권을 확대했듯이 우주태양광발전 기술이 에너지에 대한 접근을 '민주화'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에너지 전송에 인프라 구축이 필요 없다는 것은 전쟁ㆍ자연재해로 파괴된 곳에도 에너지를 원격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태양광 발전은 지형ㆍ날씨ㆍ주야간에 따라 들쑥날쑥한 지상과 달리 24시간 내내 발전이 가능하다. 지상 태양광 장비보다 같은 성능의 태양전지에서 최소 8배의 전력을 더 생산할 수 있다. 특히 발전ㆍ송신ㆍ저장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고도 지구상 어느 곳에나 전력을 보내 사용할 수 있다는 큰 장점도 있다. 달, 화성 등 우주에서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안전성, 경제성, 실제 탄소 배출량 절감 효과 등을 입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 저감 필요성에 따라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앞다퉈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있다. 유럽우주국(ESA)는 2019년부터 관련 연구개발(R&D)을 본격화해 2040년대 2GW급 우주태양광 발전소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중국, 일본도 2030~204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 중이다. 우리나라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ㆍ한국전기연구원 등에서 원천 기술을 개발해 2020년대 말 지구 저궤도 시연을 준비 중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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