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는 미국의 스타트업 백세스 테크놀로지와 패치형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백세스 테크놀로지는 지난 7일 패치형 독감백신 ‘미믹스 플루(MIMIX-Flu)’의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다. 임상 결과 항체 형성을 통한 면역 반응과 안전성, 용량절약 가능성 등이 입증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미믹스 플루는 녹십자의 인플루엔자 백신 항원(H1N1)을 백세스 테크놀로지의 패치 기반 피하 약물전달 시스템에 결합한 것이다. 패치에 백신 약물을 천천히 흘려보낼 수 있는 미세 바늘을 부착해 약물의 전달 속도와 시간을 조절하는 원리인데, 기존 백신과 달리 별도의 냉장 유통 필요 없이 배송이 가능한데다 통증도 거의 유발하지 않는다.
셀트리온은 아이큐어와 공동연구를 통해 도네리온패취를 내놨다. 도네리온패취는 치매의 병세가 악화하는 속도를 늦추는 성분인 도네페질을 패치 형태로 만든 제제로, 세계 최초의 붙이는 도네페질 치료제다. 도네리온패취는 2021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은 뒤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인 국내 판매가 시작됐다. 기존 도네페질 알약은 하루에 두 번 먹어야 했는데, 도네리온패취는 주 2회 피부에 붙이도록 개발돼 환자의 편의성을 개선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밖에도 동아에스티는 도네페질 패치제 ‘DA-5207’의 임상 1b상을 진행하고 있고, 보령은 붙이는 도네페질 패치 ‘BR4002’의 임상 1상을 마무리하고 2상 진입을 검토 중이다.
당뇨병 치료에도 붙이는 치료제가 활용된다. 이오플로우의 이오패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오패치는 패치 형태의 인슐린 주입기로, 복부에 부착한 뒤 전용 컨트롤러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인슐린 주입량을 조절하고 관찰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들은 주사를 통해 인슐린을 주기적으로 투여받아야 하는데, 이를 패치 형태로 투여토록 해 편의성을 개선한 것. 최근 미국의 의료기기 기업인 메드트로닉이 이오플로우의 인수를 발표하면서 메드트로닉이 보유한 연속혈당측정기(CGM)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적응증에 패치 형태의 치료제가 개발되는 건 기존 제형보다 투약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패치제는 몸에 붙이기만 하면 되기에 정맥주사(IV)나 피하주사(SC)제형 대비 환자가 느끼는 고통이 거의 없다. 경구제와 비교하더라도 알약이나 가루약을 삼키기 어려운 영유아나 노년층에게 활용할 수 있다. 치매 치료제인 도네페질이 패치형으로 개발된 이유 역시 치매 환자들이 주기적으로 경구제를 먹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마이크로니들(mirco niddle) 기술도 패치형 치료제와 결합한다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마이크로니들은 머리카락의 3분의 1 수준 두께인 미세바늘을 활용해 피부 아래로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이다. 마이크로니들에 사용되는 미세바늘은 길이가 1㎜ 이하로 돼 있어 부착하더라도 고통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기술적인 장벽 탓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의료용 허가를 받은 마이크로니들 의약품은 없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라파스가 마이크로니들 기반의 여드름 치료제를 지난 4월 미국에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출시했다.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시장의 성장성은 클 것으로 보이는데,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2020년 6억4400만달러(약 8300억원) 수준이던 마이크로니들 시장 규모는 2030년에 12억390만달러(약 1조55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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