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쩌스싱치얼마(這是星期二?·이게 화요일이야)?"
지난 6일 중국 베이징 퉁저우구에 위치한 유명 테마파크 유니버셜 스튜디오. 한 어트랙션 대기줄에서 현지 여성의 진 빠진 한탄이 들려왔다. 인기 관광지인 유니버셜 베이징은 항상 사람이 붐비지만, 평일은 '그나마' 좀 낫다는 주변의 얘길 듣고 찾은 터였다.
결과적으로 눈치 게임은 대실패. 낮 최고기온이 섭씨 36도까지 치솟은 이 날, 인기 어트랙션은 60~80분은 기다려야 이용할 수 있었다. 식당이나 벤치는 워낙 붐벼 자리를 찾기 힘들었고, 더위를 피하려 곳곳의 기념품점을 괜히 서성여야 했다. 한국은 이날이 휴일(현충일)이지만, 중국은 주중 평일 하루였다. 혹시 내가 알지 못하는 현지 기념일이었던 건 아닌지 중국 포털사이트를 뒤져봤지만, 유일하게 찾아낸 것은 '시력의 날(愛眼日)'이라는 정보가 전부였다.
유니버셜 베이징의 입장권 가격은 성인 표를 기준으로 주중 528위안(약 9만5847원), 주말 638위안에 달한다. '합법적 새치기'가 가능한 익스프레스 패스의 경우 줄을 서지 않고 5번을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은 720위안, 무제한 이용 가능한 티켓은 1200위안이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인해보니 20만원을 훌쩍 넘는 이 무제한 패스는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었다.
열에 하나는 800위안이 넘는 해리포터 의상을 입고 있고, 아이들의 상당수는 해리포터 지팡이를 손에 쥐었다. 젓가락 두 배 길이의 지팡이의 가격은 399~499위안. 맛과 재료가 사실상 동일했던 라자냐와 피자, 부실한 치킨 몇 조각을 식당에서 주문하니 영수증에 찍힌 가격은 200위안을 훌쩍 넘어선다. 하루 만에 유니버셜 베이징이 쓸어 담을 매출이 얼마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물론 높은 테마파크의 물가는 이곳 베이징만의 일이 아니다. 전 세계 유니버셜의 입장권과 굿즈 가격은 각국의 평균 소득을 감안했을때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책정돼있다.
"이게 소비 부진이야?" 인파에 놀라며 화요일이 맞는지를 의심하던 여성과 비슷한 맥락에서, 나는 이 질문을 떠올렸다. 전망치를 밑도는 생산과 물가 지표를 근거로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는 기사를 생산한 당사자로서, '소비 부진'이라는 단어와 이날의 현장은 도무지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평일에, 이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주머니를 활짝 열고 있는데 소비 부진이라니.
중국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평균의 함정'에 빠지는 것임을 되새긴다. 국가통계국이 던지는 단자리 숫자들과 이 넓은 대륙에서 점하나에 지나지 않는 퉁저우구 테마파크의 열기, 그 어느 쪽도 중국의 현재를 100% 반영할 수 없다. 데이터와 그에 대한 분석, 그리고 최대한 많은 현장을 지켜보는 것이 함정을 피하는 유일한 길이며, 정치와 여론에 매몰돼 시작된 오독의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점을 초여름의 유니버셜에서 곱씹었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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