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요금' 논란에 관광지 이미지도 위험
해외 관광객도 불만 토로…"정도껏 몰라"
전문가 "축제도 지역 인프라…지자체 나서야"
잇따른 '바가지요금 논란'에 국내 관광명소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자칫 지방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인 관광 사업도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논란은 지난 4일 방영된 KBS2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서 촉발됐다. 당시 출연진은 경상북도 영양군 한 전통시장을 방문해 옛날 과자를 구매했는데, 상인이 한 봉지당 7만원을 요구한 것이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즉각 "도를 넘은 바가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커뮤니티 게시판을 넘어 영양군 홈페이지까지 들끓었고, 결국 군과 시장 상인이 공식 사과문을 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국내 관광지, 전통시장 일부 상인들의 '바가지요금' 문제는 과거부터 악명 높았다. '1박2일'에 나온 사례는 그동안 쌓여있던 소비자의 분노에 심지를 당긴 기폭제였던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해외 관광객도 한국 관광지에서 바가지요금을 경험한 뒤 이를 공유하는 일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함평 나비대축제'를 방문한 한 일본 유튜버는 터무니없이 비싼 시장 물가에 놀랐다는 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영상이 공개된 뒤 누리꾼들은 "한국 상인들은 정도껏을 모른다", "이 돈이면 유럽 여행 가지 저길 왜 가냐", "이러면서 축제에 관광객 안 온다며 불평불만이다" 등 반응을 보였다.
일부 바가지만으로도 전체 지역 '낙인'
바가지요금은 일부 상인의 문제일 수 있지만, 그 파급력은 행사장 전체의 이미지에 미친다는 게 문제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해 누구나 특정 관광지의 정보를 소상히 알 수 있는 지금은 소수 상인이 물을 흐리는 것만으로도 '낙인'이 찍힐 수 있는 셈이다.
매년 불만이 터져 나오는 관광지 바가지요금 문제를 제때 해결하지 않으면 국내 지방 경제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일찍이 국내보다 앞서 바가지요금 문제를 경험해 온 유럽 관광 강국도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2012년 '물의 도시'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네치아 지역에서 한 러시아 관광객 부부가 50분간 곤돌라를 탔다가 무려 400유로(당시 약 60만원)의 요금을 내는 일이 벌어졌다. 정상가(80유로)의 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후 관광객 부부는 페이스북에 "우리는 씁쓸한 마음으로 베네치아를 떠났고, 다시는 찾지 않기로 맹세했다"라는 글을 올렸고, 이 글은 곧 전 세계 누리꾼의 주목을 받으며 베네치아의 시 이미지에까지 피해를 줬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당시 베네치아 시장은 즉각 유감을 표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지방 일간지는 해당 사건을 1면에 올리며 곤돌라 사공들에게 자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오늘날 이탈리아는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민간 상인 협회가 협력해 과도한 요금을 요구하는 상인을 적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방 행사도 엄연히 지역 인프라…지자체 적극 행동 나서야"
전문가는 국내에서도 일부 상인들의 바가지요금을 막으려면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여러 지방 행사나 축제가 지자체 예산, 즉 그 지역 납세자들이 낸 돈의 지원을 받는다"라며 "지역 주민이 조성한 인프라가 일부 이동 상인이나 훼방꾼 때문에 피해를 본다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일부 상인이 과도한 서비스 가격을 요구하지는 않는지 관리할 의무와 권리가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지방 행사와 지역 경제 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자체 인력만으로는 전체 행사장이나 축제를 관리할 수 없다면 행사 참여자 신고제를 운영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라며 "바가지요금을 씌우는 상인을 소비자가 신고하는 제도나, 혹은 이와 유사한 민원 게시판을 운영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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