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유 수출 약 506억달러 전망…전년비 19.5% 감소
지난해 고유가로 사상 최대 수출액을 기록했던 국내 정유사들이 올해는 고전할 전망이다. 작년 12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유가가 올해 들어선 70~80달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에 연동된 석유제품 단가가 떨어지면서 줄어든 수출액은 약 123억달러(약 1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가격 하락하면 한국경제는 웃지만 정작 석유제품을 만드는 정유사들은 눈물을 흘린다.
산업연구원은 30일 ‘2023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서 올해 정유 수출액이 지난해(628억7300만달러)보다 19.5% 감소한 506억800만달러로 관측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년 대비 71% 증가하며 10년만에 최대 수출액을 경신했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수치다. 올해 수출물량 증가율 전망치 1.8%도 지난해 11.3%와 비교해 미미한 수준이다. 올 하반기에는 수출물량(-1%)과 수출액(-22.5%) 모두 감소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나온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분기 정유업황이 크게 나빠지고 있다”며 “글로벌 정유설비 증설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엑손모빌(25만배럴), 중국 CNPC(40만배럴), 쿠웨이트 KPC(61만배럴) 등의 신규 증설분이 하루당 총 196만배럴인 반면 수요 증가분은 하루당 140만배럴에 그친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주요 석유 소비국의 수요가 여전히 취약하다”며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지난달 4개월 만에 다시 위축 국면으로 전환했고 물동량도 감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석유수출기구(OPEC)가 공급을 추가로 축소할 가능성도 작아 유가나 정제마진 개선 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했다.
수출 침체 요인은 작년 기저효과에 더해 수출단가와 정제마진의 동반 감소 탓이 크다. 수출단가는 국제유가와 연동된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을 말한다. 유가가 오르면 제품 가격도 함께 오른다는 말이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출단가가 떨어졌다. 지난해 3월 123.7까지 올랐던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26일 기준 72.67로 약 1년2개월 새 41% 감소했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저유가 때문에 똑같은 물량을 수출해도 수출액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경제가 지난해보다 침체하면 석유 수요가 위축되고 마진은 줄게 되는데, 정유사 입장에선 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다”며 “결국 생산 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수출물량도 감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입해온 원유를 정제해서 석유제품을 만들어 얻는 수익, 즉 정제마진도 크게 하락했다. 지난달 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은 배럴당 3.5달러로, 지난해 4월 정제마진이 배럴당 18.6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81.2%나 떨어졌다. 산업연구원은 “선진국 경기침체로 수요가 정체돼 있다”며 수요 강세가 꺾이면서 정제마진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수출 부진에 국내 정유사들의 올해 실적도 전년 대비 40%대 감소 전망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들의 올해 SK이노베이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4.9% 감소한 2조1592억원, 에쓰오일은 41% 줄어든 1조9971억원이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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