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 출신 경력·젊은 정치인 시너지
약시로 장애 판정…1호 법안은 장애인 관련 법
"'항공모함'처럼 다 갖추진 못했지만 '쾌속선'이랄까요?"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치 스타일을 속도가 매우 빠른 배에 비유했다. 이력이 화려하지 않지만, 효율적인 의정 활동을 추구하고 판단력이 빠르다는 자평이다.
정 의원은 보수당에서는 보기 드문 보좌관 출신의 40대 국회의원이다. 서울 유수 대학이 아닌 지방 국립대학교를 졸업하고, 주진우·나경원·송언석 의원실 등에서 보좌관 경력을 쌓았다. '부잣집 아들'이거나 대대로 정치를 해온 집안 출신도 아니었다. 국민의힘은 전통적으로 사법고시 및 행정고시 등 고시 출신 의원이 많았던 만큼 보좌관 경력은 오히려 공천에서 걸림돌로 여겨졌다. 하지만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보좌관의 경선 참여 확대 분위기가 조성됐고, 당 강세 지역인 경상북도 고령·성주·칠곡군 공천을 위한 당내 경선에 도전장을 던졌다.
정 의원이 보좌관 생활을 접고 총선 출마를 결심한 배경은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보좌관으로 활동하면서 정무적, 입법적 기능도 재미가 있었지만 주로 지역구 예산 확보하는 데 앞장을 섰다"면서 "예산이 통과됐을 때 주민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국회 사정 정통한 보좌관 출신 국회의원…원내대표 비서실장 연임
2020년 선거 당시 정 의원은 만 43세로 젊은 편에 속했다. 그의 지역구인 고령·성주·칠곡군은 당시만 해도 40대 '젊은 기수'에 대한 반감과 기대감이 교차했다. 정 의원은 젊고 참신함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는 "정치의 변화, 열정 이런 걸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경북도청에서 지역구까지 120㎞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지역민을 만났고 한겨울에도 장갑을 끼지 않은 채 팻말을 들고 선거 운동을 하는 식으로 나를 알리려고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보좌관 출신 정치인에 대한 지역구 주민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정 의원은 "과거에는 의원들의 부속품, 정치인의 비서 기능만 하는 사람들로 인식이 돼 있었다면 이제는 파트너처럼 함께 하는 역할로 많이 봐주신 것 같다"면서 "실제로 보좌진들의 역량도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또 "지역 주민들께서 보좌관 출신이 국회 활동은 더 잘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면서 "보좌관 출신인 저의 낯선 열정을 주민들이 잘 알아주셨다"고 했다. 지난 총선 당시 정 의원의 당내 경선 대상 상대는 전 군수였고, 선거에서는 전 부지사 등과 경쟁했다.
보좌관 경력은 원내에서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다. 우선, 다른 초선의원들보다 국회 상황을 잘 이해했고, 또 의원들과 잘 어울렸다. 특히 누구보다 보안을 철저히 지키는 '입 무거운 의원'으로 인식됐다. 정 의원은 "전략적 보안 유지가 보좌관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장점으로 인해 정 의원은 주호영 전 원내대표에 이어 윤재옥 원내대표 비서실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윤재옥 대표께서는 소수 여당이 가진 한계를 너무 잘 아시는 분"이라면서 "그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당이 일치단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가교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셨던 거 같다"고 자신이 발탁된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의힘 21대 의원들은 초선 비중이 높기 때문에 당내 사정이 밝은 가교가 당 지도부와 이들을 잇는 중간 역할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군인의 꿈, 약시로 인해 좌절…장애인 관련 입법 주력
"저에게는 한쪽이 안 보이는 세상이 원래 세상이었으니까 크게 불편한지 모르고 지냈어요."
정 의원의 어릴 적 꿈은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 군인이 되는 것이었다. 군인이 되면 정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꿈이 좌절된 이유는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약시이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눈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발견하지 못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체력검사로 시력을 측정하면서 알게 됐다.
하지만 부모님은 정 의원이 장애 등급을 받는 것에 반대했다. 그는 "부모님께서는 아들에게 장애가 있는 것에 대해 미안해하셨다"면서 "아들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게 싫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장애 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이 된 뒤 처음 발의한 법안 4개 중 2개가 장애인 관련 법안이다. 11월 4일을 점자의 날로 지정하는 점자법 개정안과 시각장애인의 재활 교육을 돕는 보행 지도사를 전문 인력으로 추가하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가장 먼저 발의했다. 그는 "(제 장애가)전혀 부끄럽지 않다"면서 "다만 불편하니까 나 같은 불편을 겪는 사람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비장애인도 이용 가능한 장애인 도서관을 건립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도 했다. 광역단체마다 하나씩 장애인 도서관 건립을 의무화하는 도서관법 개정안도 지난 3월 발의했다. 그는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많이 나아지곤 있지만, 아직까지 인식 개선은 부족한 것 같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농촌 혁신 기술 도입이 최대 관심사
후반기 국회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농촌의 혁신 기술 도입이다. 정 의원은 "전반기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고부가가치 산업은 과학 혁신과 기술에서 나온다는 걸 많이 느꼈다"면서 "농업도 결국 생산성을 높이는 일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이 중요하고, 건강권까지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기술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첨단 농기계를 실증할 수 있는 랩 팩토리 조성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예산을 확보했고, 지난해 예결위 소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국립참외연구소 건립을 위한 연구용역비를 확보했다"면서 "이번 기회가 모멘텀이 되면 이를 통해 김천은 포도, 영주는 사과 등 특산물을 이용한 연구센터를 지역별로 만들 수 있어 청년 유입, 지방 소멸 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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