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한 기한 넘기고서도 계속 무단 주차 상태
차주 "갑작스런 구속으로 차 방치" 쪽지 남겨
인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형 빌라 주민들이 약 6개월간 무단 주차한 차량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아파트 반년 동안 무단주차'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되고 있다. 입주민이라고 밝힌 A씨에 따르면, 해당 빌라 1층 주차장에는 지난해 말쯤부터 BMW 차 한 대가 주차돼 있다. 해당 빌라에는 차단기가 있지만 차가 오면 무조건 열리는 구조라 누구나 출입할 수 있다.
그렇게 들어와 세워진 BMW 차량은 먼지가 하얗게 쌓이도록 방치됐고 보다 못한 A씨가 구청에 신고했다. 구청 직원은 지난 3월 2일 BMW에 '방치 차량 이전명령' 스티커를 부착했다. 처리 기한은 두 달 뒤인 5월 2일까지였다.
하지만 강제 견인 날짜가 가까워져 오자 차량에서 새로운 쪽지가 발견됐다. "갑작스러운 구속으로 인해 차를 방치시킬 수밖에 없었다. 5월7일까지 차를 가져가겠다"는 내용이었다.
차를 빼겠다던 5월 7일쯤 한 여성이 와서 물티슈와 생수로 차를 청소했다. A씨는 "드디어 차를 가지고 가나 보다 했는데, 이번엔 반대쪽에 주차한 후 그대로 두고 가서 어이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후 차량에는 또 다른 쪽지가 붙었다. "5월13일까지 차 뺄 테니까 스티커 붙이지 마 XX 새끼들아. 죽여 버리기 전에"라는 협박성 내용의 쪽지였다.
무단 주차가 계속되자 A씨는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로부터 당장 처리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A씨는 설명했다.
강제 견인 날짜가 가까워져 오자 차량에서 새로운 쪽지가 발견됐다. "갑작스러운 구속으로 인해 차를 방치시킬 수밖에 없었다. 5월7일까지 차를 가져가겠다"는 내용이었다.[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원본보기 아이콘A씨는 또 협박죄와 영업방해죄로 고소가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주민들은 차주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무서워서 아무것도 안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A씨는 "차주는 차를 뺄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문신한 사람이 주인이라 다들 나서려고 안 해서 골치가 아프다"고 토로했다.
한 누리꾼이 "아파트 주차장이 사업자등록이 돼 있는 유료주차장인지 확인해 보라"고 조언했지만, A씨는 지난 23일 추가 글을 통해 "관리소 측에 확인해 보니 유료주차장이 아니라고 한다.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다"며 덧붙였다.
무단 주차 차량, 경찰이나 공권력 행사하기 어려워
무단 주차된 BMW 차량은 차주가 메모를 꽂아두고 청소하는 등 관리되고 있는 차량으로 확인돼 구청이나 경찰에서 공권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원본보기 아이콘한편, 자동차관리법 제81조 제8호에 따르면 자동차를 무단방치한 소유자 또는 점유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 진다.
하지만 문제가 된 BMW 차량은 차주가 메모를 꽂아두고 청소하는 등 관리되고 있는 차량으로 확인돼 구청이나 경찰에서 공권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단 주차와 관련해 지난해 6월 다세대주택에 관리인과 거주자가 없는 틈을 타 자신의 차량을 주차한 20대 운전자 B씨가 1심에서 50만원의 벌금형에 선고받은 바 있다.
B씨의 죄목은 '건조물 침입죄'였다. 당시 건물주는 무단 주차한 B씨의 차량을 발견한 후 차를 옮겨달라고 문자를 보냈지만, B씨는 '1시간' 가까이 응하지 않았다. 건물에 따로 주차 차단기가 설치돼 있지는 않았다.
B씨는 소유의 건물 1층 필로티(기둥만으로 건물을 떠받쳐 지상층을 개방한 건물) 주차 공간에 잠시 주차했을 뿐, 건물에 침입할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해당 주차장은 형태 및 구조상 건조물의 이용에 제공되고 외부인이 함부로 출입해서는 안 되는 공간임이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에게는 적어도 건조물 침입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B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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