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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공휴일, 이번에도 못 쉬나요?…5인 미만 사업장 '차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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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공휴일 600만명 근로자 못 쉰다
근로기준법, 1989년 5인 이상 확대 이후 멈춰
정부, 올해부터 법 개정 움직임

올해부터 대체공휴일에 '석가탄신일'과 '크리스마스'가 추가 지정되면서 토요일인 오는 27일 석가탄신일 대신 29일 월요일에 쉴 수 있게됐다. 주말까지 총 사흘 동안 황금연휴다. 이 기간 해외여행 수요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00%를 늘어날 만큼 대체공휴일을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대체공휴일에 '여행길'이 아니라 '출근길'에 올라야 하는 근로자도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다. 지난 1일 '근로자의 날'에도 법적 사각지대에서 근로자의 대우를 받지 못했던 이들은 대체공휴일도 다른 나라 이야기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대체공휴일 적용에서 왜 빠졌을까.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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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공휴일, 생색의 역사…광복절(민주)→석가탄신일(국힘)→ ?

대체공휴일 확대는 2021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집권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같은 해 8월15일 광복절 때부터 적용됐다. 민주당은 휴식이 있는 삶을 보장하고 내수진작 등을 위해 대체공휴일 확대를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은 내수 진작 효과에 대한 경제적 검토가 없다는 점, 졸속으로 강행 처리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비판했다. 표심용 입법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불과 1년 사이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돌연 태도를 바꿨다. 크리스마스와 석가탄신일을 대체공휴일에 포함하는 '대체공휴일 확대'에 적극 나선 것이다. 1년 전 반대했던 근거 중 하나인 '내수 진작 효과'는 '없다'에서 '있다'라고 바뀌었다. 근로시간 단축, 휴가·휴일제도 확대로 인한 기업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경제계 입장이나 코로나19로 인한 악화된 경제 상황 등은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변수는 선거였다. 민주당이 3·1절과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로 대체공휴일을 확대했던 시점은 이듬해 선거를 앞두고서다. 민주당은 대체공휴일 확대 당시 이듬해 대통령 선거(2022년 3월)와 지방선거(6월)를 앞둔 여당이었고,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2023년 4월)를 앞둔 여당은 현재 국민의힘이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9일 서울 마포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9일 서울 마포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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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공휴일, 600만 근로자는 못 쉰다

공통점은 또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 여부를 외면했다는 점이다. 정치권이 대체공휴일을 확대 논의할 때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대체공휴일의 적용은 근로기준법에 따른다고 정해놨는데, 근로기준법에는 휴가나 휴일 규정을 '5인 미만 사업장'은 예외로 한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은 1987년 10인 이상, 1989년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된 이후 멈춰있다. 이후 34년간 5인 미만 사업장은 '법의 사각지대'로 머물렀다. 정치권이 계속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20년 9월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근로기준법에서 근로자수를 적용해 구분하는 조항을 삭제하자며 개정안을 냈고, 같은해 12월 당시 여당인 민주당에서 이수진 의원(비례)도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2021년 말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16명 의원 중 국민의힘 소속 6명을 제외한 의원들이 근로기준법 차별 적용에 반대한다고 입장을 보였지만, 입법화되진 못했다.

그 사이 5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지금까지도 대체공휴일 적용에서 제외된 것뿐만 아니라 직장내 괴롭힘을 당해도 법적으로 구제신청을 할 수 없고, 주 52시간 상한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 등에서도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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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개정, 30년 숙원 해결될까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영세사업자에게 막대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코로나19 전후로는 경제위기 상황을 들어 시기상조라고 반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동인구 4명 중 1명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5인 미만 사업장에 고용된 노동자는 전체 규모의 28%(2018년 기준, 455만명)에 달한다. 노동계는 현재 600만명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물론 연장근무, 휴일, 야간 가산수당 적용 등에서도 제외된다.


올해부터 정부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노동계의 30년 숙원이 해결될지 주목된다. 앞서 노동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근로자의 인격권 보호를 중심으로 사업장 부담을 고려하면서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6월까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내 연구회 논의를 거쳐 단계적 적용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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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움직임도 빨라졌다. 지난 2일 출범한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는 5인 이상 사업장에만 보장되는 연차유급휴가 등의 휴식권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보장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주요 의제에 포함했다. 정의당 역시 올해 주요 입법과제로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 적용 등을 담은 '일하는 시민의 기본권 보장'을 내세우고 있다.


내년 5월5일 어린이날은 일요일로 대체공휴일법, 근로기준법 등에 따라 이튿날인 6일 월요일에 쉬게 된다. 노동에 편 가름이 생기지 않는, '모두의 빨간 날'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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