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단체 회원들 뒤엉켜 시위…크고 작은 소란
시민들, 기념식 보러 왔다가 실망감 안고 되돌아가
전두환 손자 전우원씨, 일가 중 첫 5·18구묘역 참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18일 오전 9시께 국립5·18민주묘지 앞. 기념식 시작(오전 10시) 1시간 전이었지만 이곳에는 곳곳에서 집회가 벌어졌다.
5·18민주묘지 입구 격인 '민주의 문'에서 한참 떨어진 정문 앞 삼거리는 진입하려는 차량과 교통지도와 만에 하나의 상황을 대비하려는 경찰, 보수단체와 진보단체가 뒤엉켜 말 그대로 난리통이었다.
예년보다 경비는 더욱 삼엄했지만 10여m 떨어진 간격을 두고 미리 집회 신고한 '오월을 사랑하는 모임', '턴라이트', 민주노총 등 진보·보수 여러 단체의 200여명은 서로의 목소리를 높이며 맞섰다.
보수단체가 특정 정치인을 언급하거나 5·18을 거론하며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고 가짜유공자의 재산을 몰수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진보단체들은 "오늘은 5·18을 기념하고 희생당한 영령들을 위로해야 하는 날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곳을 지나 민주의 문 인근에서는 정치 관련 개인 방송을 하기 위해 모인 방송인들과 1인 시위자들의 작은 다툼들이 이어졌다. 소란이 계속되자 경찰은 매끄러운 행사 진행을 위해 민주의 문 인근 30m 부근 출입을 완전히 통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의 문 넘어 어깨너머로라도 기념식을 보러 온 시민들조차 통제되면서 과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순혜(79)씨는 기념식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남편과 민주묘지를 찾았지만 끝내 아쉬움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광주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처음으로 5·18 기념식을 찾은 강씨는 "아무리 대통령이 온다지만 이렇게까지 경비가 삼엄할 줄 몰랐다"면서 "막상 와서 보니 TV로 보는 것보다 더 볼 수 있는 게 없어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5·18로 인해 친구들과 가족을 잃은 최규현(70)씨는 우측 가슴에 5·18이 적힌 배지를 차고 기념식을 찾았지만 아쉬운 건 마찬가지였다.
최씨는 "평소처럼 민주의 문 앞에서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기념식 진행에 맞춰 묵념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도 부르기 위해 왔다"며 "하지만 이렇게 통제가 되면서 민주의 문 근처에도 갈 수 없는데 시민과 함께하는 5·18이 대동정신 아니냐"고 아쉬움을 전했다.
한편 이날 고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씨도 기념식이 열리는 시간, 민족민주열사묘역(구묘역)을 찾아 참배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검은 정장과 검은 구두를 신은 전씨는 이한열 열사, 백남기 농민, 위르겐 힌츠페터 비석 등을 찾았다. 전두환씨 그 일가 중에서는 처음이다.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기자 hyunk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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