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치안 업무 보조를 하던 의무경찰(의경) 마지막 기수 대원들이 17일 전역한다. 이들의 전역으로 의경은 창설 4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의무경찰 마지막 기수 대원들이 지난달 1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대한민국 의무경찰 1142기 합동 전역식에서 경례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의경은 1982년 전투경찰대 설치법 개정에 따라 전투경찰을 작전전경과 의경으로 구분하면서 신설됐다. 1983년 1월 의경 첫 기수가 입대했고, 2013년 12월 마지막 전경이 전역하면서 치안보조업무가 의경으로 일원화됐다.
치안보조업무를 전담하던 의경은 문재인 정부 시절 폐지가 확정됐다. 문 전 대통령의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에 따라 2017년 7월 '의무경찰 단계적 감축 및 경찰인력 증원방안'이 발표된 것이다. 의경을 폐지하고 이를 대체할 경찰공무원을 증원해 공공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취지다. 인구 절벽에 따른 병역 자원 감소 대응 목적도 고려됐다. 이에 의경은 2018년부터 매년 20%씩 인원이 감축됐고, 이날 마지막 기수 의경 대원들의 전역으로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의경은 병역 의무 기간 군에 입대하는 대신 경찰 치안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 주 업무는 집회·시위 관리와 방범 순찰, 교통 단속, 국회·외교공관 등 시설경비 등이었다. 의경은 순경 바로 아래 계급으로, 무궁화 꽃봉오리 1개짜리 계급장을 달았다.
의경의 인기는 시대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2010년대 이전 의경은 불가피한 이유로 빠른 시일 내에 입대하고 싶은 청년들이 지원한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각종 부조리와 폭력시위 등에 시달려야 하는 것으로 악명 높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7년과 2008년 연달아 제도 개선을 권고했는데도 악습이 근절되지 않자 한때 의경제도 폐지를 권고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2010년 부임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의경문화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인기가 급상승했다. 부조리가 사라지며, 군인보다 외출·외박이 자유롭고 도심에서 근무한다는 장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2010년대 이후 의경 선발시험 경쟁률은 20대 1을 웃돌았고, 합격할 때까지 여러 차례 응시를 하거나 경쟁률이 낮은 지역에서 원정시험을 치는 응시생들까지 나왔다. 마지막 기수 의경 대원들의 경쟁률도 31.4대 1에 달했다.
의경들과 함께 근무했던 현직 경찰과 의경 전역자들은 제도 폐지에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의경 부대 소대장 출신 박모 경위(30)는 "소대장 시절 전국 각지의 치안유지를 위해 동고동락한 의경들이 41년 역사의 마침표를 찍는다고 하니 아쉬울 따름이다"며 "전역한 대원들 모두에게 감사하고 건승을 비는 마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2016년 의경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허모씨(29)는 "전역 후에도 길에서 의경 후배들을 마주칠 때마다 눈길이 갔다"며 "대사관 경비 근무나 집회관리 등 의경의 역할이 분명 있었을 것 같은데 축소가 아닌 전면 폐지가 돼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의경 폐지에 따른 치안 대응 능력 약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서울경찰청은 의경 폐지에 대비해 5기동단 체제였던 기동대를 2021년 1월 6~7기동단으로 증편하고 현재는 제8기동단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2018년 대비 의경부대는 74개 줄어든 반면, 경찰관기동대는 37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일선 경찰서의 한 경비과장은 "의경 3명이 빠지고 경찰관 1명이 보충된 수준의 증원"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폭력 시위가 줄었고, 이전에도 의경 3명과 경찰관 1명의 역량을 비슷하게 고려했기 때문에 집회관리에 당장 큰 공백은 없다"면서도 "절대적인 경력 수가 준 만큼 집회관리 계획을 짜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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