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개월 갭투자 증가지역 살펴보니
전셋값 추가 하락 시 보증금 반환 문제 발생 가능성↑
최근 경기도 화성과 평택, 인천시 연수구, 세종시 등에 갭투자가 성행하면서 보증금 반환 문제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무자본 갭투자로 집을 매입했거나 전셋값이 매매가격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 전세가격 하락 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무리한 갭투자는 자칫 보증금 반환 사고나 지금과 같은 '전세사기'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2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갭투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지역은 경기 화성시로 전체 매매거래(3797건)의 6.4%인 244건이 갭투자였다. 실제 화성시 병점동 ‘병점역 에듀포레’ 전용면적 74㎡(12층)는 올해 2월 3억원에 거래된 뒤 이튿날 2억7000만원에 전세거래가 이뤄졌다. 매수가자 자기자본 3000만원으로 아파트를 사들인 것이다. 갭투자란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것을 뜻하며 아실은 아파트를 매입한 뒤 실거주하지 않고 3개월 이내에 임대 목적으로 신규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갭투자 거래로 본다.
이어 세종시(190건, 8.9%), 경기 평택시(177건, 7.0%), 인천 연수구(161건, 6.9%), 경기 성남시 분당구(144건, 15.0%), 경기 수원시 영통구(139건, 8.3%), 충남 천안시 서북구(137건, 5.0%) 등의 순으로 갭투자가 많았다. 지난 2월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더스위트하버’ 전용 25㎡ 매수자는 5500만원에 이를 사들인 뒤 보증금 7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자기자본을 들이지 않는 ‘무자본 갭투자’의 전형인 셈이다. 이 같은 무자본 갭투자는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해 발생하는 보증금 사고의 주요 원인이다.
최근 6개월간 갭투자가 활발히 일어난 지역의 특징은 대기업, 산업단지, 정부청사 등으로부터 고정 수요가 창출되는 곳이라는 점과 최근 집값 하락 폭이 컸던 지역이다. 갭투자 1위 지역인 화성시는 삼성전자, 현대 기아차 등 대기업 등 다양한 제조기업이 존재한다. 2014년 8228개였던 공장이 2021년에 41% 증가해 1만1617개로 늘었다. 세종시는 정부청사가 이전해 공무원 전세 수요가 꾸준한 지역이며 평택과 천안에는 각각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삼성디스플레이가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갭투자가 성행한 지역은 산업단지 근로자들을 배후 수요로 둔 곳이며 분당구의 경우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 세입자는 학군 등 거주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갭투자가 많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추가로 전세가격이 하락하거나, 공공주택 등 공급이 늘어났을 경우다. 새로운 세입자와 전세계약을 맺을 때 전셋값은 더 떨어졌는데,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지면 보증금 반환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최근 강남에서 심화하고 있는 역전세 현상은 4000가구에 육박하는 대단지에서 공급이 이뤄진 결과다. 전세가도 낮아지는 추세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올해 1분기 전국의 국토교통부 전·월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전·월세 갱신 계약 중 종전 계약보다 감액한 계약 비율은 25%에 달했다.
경기침체도 변수다.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고용을 확대하기보다 축소할 경우 신규 단지 분양이나 입주로 공급은 느는데 수요는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갭투자가 많은 지역은 지역 펀더멘탈, 수요를 고려했다기보다 가격을 보고 접근한다"며 "가격과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면 언제든지 역전세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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