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3사 편의점 점포 수 35%↑
점포당 매출 0.9% 오르는 데 그쳐
"가맹본부가 자율 규약 준수해야"
서울 동작구에서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 씨(43)는 올해 초부터 아내와 폐점을 논의하고 있다. 인건비, 전기세 등이 오르면서 고정 지출액이 크게 늘었는데, 지난해 말엔 인근에 점포 한 곳이 더 생겨 손님을 대거 빼앗겼기 때문이다. 박 씨가 매달 매출총이익의 40퍼센트가량을 본사에 내고, 인건비, 임차료, 전기세 등으로 700~800만원가량을 지불하고 나면 남는 돈은 200만원 남짓. 박 씨는 "작년부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아내와 함께 근무하고 있는데도 겨우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다. 직접 일한 시간을 고려하면 딱 최저시급만큼 번 셈"이라며 "최근엔 아내 건강도 나빠져 진지하게 폐점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편의점 업계가 최근 5년간 ‘편의점 왕국’이라 불릴 만큼 외형적인 성장을 이뤄냈지만, 점주들의 실상은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가 올라 인건비, 전기세 등의 고정 지출이 는 반면 무분별한 출점으로 점포당 매출은 오히려 감소한 탓이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3월 국내 주요 편의점(CU, GS25, 세븐일레븐)의 점포 수는 4만6662개로 집계됐다. 5년 전인 2018년(3만4664개)과 비교해 35%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반면 점포당 매출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3월 점포당 평균 매출은 5137만원으로 5년 전인 2018년(5089만원)과 비교해 0.9%가량 늘었다.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최근 ‘역대급 호황’을 맞은 본사와 달리 점주들의 사정은 오히려 악화한 셈이다.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과밀 출점’을 지적한다. 한 블록 건너 신규 점포가 우후죽순 들어서는 탓에 점주 입장에선 매출에 치명타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현재 편의점 출점은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6개 사가 참여한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의 자율규약에 따라 최소 50m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이 없는 탓에 위반해도 실질적인 제재 방안이 없는 데다 거리 측정 방식이 모호해 유명무실하다. 이에 따라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출점 간격을 50m에서 100m로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3년 전 경기도가 과열 경쟁을 방지하고자 출점 간격을 100m로 조정하는 조례 개정 권고안을 각 시·군에 전달했지만, 동참하는 곳이 적어 무산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적용 중인 자율규약만이라도 가맹본부가 철저히 준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팔마 이진욱 변호사는 "편의점 과밀 출점으로 인한 가맹점주들의 어려움은 알고 있으나, 출점 거리를 법적으로 제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자꾸만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아닌, 모범 가맹본부에 가산을 주는 식으로 현재 적용 중인 자율규약을 본사가 철저히 지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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