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관 측 "사고 미리 인식, 온당한 주장 아냐"
국회 측 "법에 명시된 장관의 사후 미조치 책임 묻는 것"
이태원 참사 대응과 관련해 국회에서 청구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 사건에서, 일부 증인에 대한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으로 탄핵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헌법재판소 정식 변론 절차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려 이상민 장관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헌법재판소는 9일 이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청구 사건의 1차 변론기일에서 청구인인 국회 측이 신청한 증인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헌재는 유족과 생존자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과 현장검증을 진행하는 것은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헌재는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과 박용수 행안부 중앙재난상황실장, 엄준욱 소방청 상황실장,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에 대한 증인신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은 2차 변론기일인 이달 23일부터 3차 변론기일인 다음 달 13일 열린다.
헌재는 이 장관이 사전 재난 예방 조치 의무와 사후 재난 대응 조치 의무를 위반했는지, 참사 발생 이후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는지 등을 쟁점으로 정리했다.
구체적으로 이 장관에게 ▲다중밀집 인파사고 계획 및 대책 마련 의무가 있는지, 있다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는지 여부 ▲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및 고도화 연계 이행 의무가 있는지 ▲중수본 설치하지 않은 것이 맞는지, 맞다면 법률상 의무위반 인지 여부 ▲중대본 즉시 가동하지 않은 것이 맞는지, 맞다면 법률상 공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참사 발생 이후 대응 과정에서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은 것이 맞는지, 맞다면 의무위반에 해당하는지 ▲참사 당시 경찰력 등 대응 인력 적시 투입되지 않은 것이 맞는지 ▲참사 이후 발언이 공무원 품위 훼손하거나 품위 의무에 해당하는지 등이다.
이날 재판에서 이 장관 측은 재난 안전에 대해 행안부 장관에게 책임을 묻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 측 대리인은 "경사지고 좁은 골목길에 운집하리라는 걸 예상하고 용산구청, 용산경찰서에 미리 대비하고 들어오지 못하게 통제하라고 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탄핵당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런 문제에 대해 일방적으로 국가가 재난 예방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렇게 하지 못 했으니까 죄가 있다는 것은 비약적 논리"라며 "전국을 관할하는 장관이 미리 (사고를) 인식하라는 게 온당한 주장은 아니다. 사건 이후에 시스템 전반을 조사하고 보니 미흡한 점이 발견됐는데, 전부 행안부 장관의 잘못이라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회 측은 재난안전 관리의 총괄조정 권한을 가진 행안부 장관이 권한과 기능을 어떻게 행사했다는 걸 입증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국회 측 대리인은 "일반론적으로 국민이 기대하는 추상적인 수준의 요구를 하는 게 아니다"라며 "예측하지 못하는 재난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경우를 대비해 재난안전법을 만들었고 주무 부처인 행안부 장관은 사전에 예측했든 못했든 조치를 취하라고 법에 명시돼 있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기대하는, 재난안전법이 규정하는 것은 행안부 장관이 무엇이든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 장관은 법률을 위반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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