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 복수의결권제도 법적 근거 생겨
개정 벤처기업육성법 11월17일부터 시행
양도·상장 후 보통주 전환 등 안전장치 담겨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개정 벤처기업법이 오는 11월17일부터 시행된다. 자금조달을 위해 추가 투자를 받으면 창업주의 지분이 희석돼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는 고성장 벤처기업이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단, 복수의결권을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에 악용하지 못하도록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해놨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주식 제도를 담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이 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법에서 복수의결권주식은 하나의 주식에 2개 이상 10개 이하의 의결권이 부여된 주식을 말한다. 기업 성장이나 신사업 추진을 위해 투자를 받아야 하지만, 창업주의 의결권이 희석돼 경영철학을 관철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 활용하기 적합하다. 즉 복수의결권은 대규모 투자와 경영권 안정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는 벤처 창업주를 위한 하나의 선택권이다. 창업주의 역량이 뛰어나다고 판단되는 경우 주주의 동의를 받아 일정 기간 경영권을 안정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복수의결권주식의 발행은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정하며, 창업주로서 현재 회사를 경영하는 자에게만 발행할 수 있다. 여기서 창업주란 자본금을 출자해 법인을 설립한 발기인으로서 지분을 30% 이상 소유한 최대주주다. 이 요건에 해당하는 벤처기업의 창업주가 투자를 유치해 지분이 30% 이하로 하락하거나,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는 경우 주주 75%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발행 가능하다. 구체적인 투자금액 요건은 시행령에서 규정할 예정이다.
복수의결권주식 존속기간은 정관에 정하는 바에 따라 10년 이내로 제한된다. 존속기한이 넘은 복수의결권주식은 즉시 보통주로 전환된다. 편법 경영권 승계에 악용하지 못하도록 상속·양도, 창업주의 이사직 상실 즉시 보통주로 전환된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편입되는 즉시 보통주로 전환되기 때문에 대기업의 활용도 불가능하다. 복수의결권주식 발행 기업이 상장하는 경우 기존에 설정된 존속기한과 상장된 날부터 3년 중 짧은 기간으로 존속기간이 변경된다. 예를 들어, 기업이 존속기간 10년으로 정하고 발행한 복수의결권주식은 2025년 상장한 경우 2028년에 보통주로 전환된다. 존속기간을 5년으로 정하고 2024년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한 기업이 2028년에 상장을 했다면 2029년에 보통주로 전환된다.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한 기업은 중기부에 보고할 의무를 가진다. 복수의결권주식과 관련된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누구든지 신고할 수 있으며, 관련 혐의에 대해 중기부는 직권 조사가 가능하다. 발행 보고 등 의무사항을 위반한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부과된다. 허위발행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은 오는 16일 공포돼 11월17일부터 시행된다. 중기부는 제도 시행에 앞서 하위법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이 워낙 까다로운 탓에 실제 이 법이 현장에서 실효성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국장은 "당초 협회에서 요구한 내용에서 다소 후퇴한 건 사실"이라며 "기업들은 시행령이 확정된 후에 도입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동안 벤처기업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80% 이상 복수의결권주식을 도입하겠다고 답변했다"며 "시리즈A 투자를 받은 후 대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앞둔 기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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