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볼 게 없어”…‘몰아보기’가 OTT 해지 부추긴다

고려대 연구진, OTT 이용자 구독 해지 연구
몰아보기·중독에 대한 부정적 감정 등 원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 이른바 '몰아보기'가 이용자들이 구독을 해지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7일 한국언론정보학보에는 고려대 미디어학과 이보미·김혜수 연구진의 'OTT 서비스의 이용자는 왜 구독을 해지하는가?'라는 논문이 소개됐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이용자의 몰아보기 행위가 시청할 만한 콘텐츠를 고갈시키고, 구독을 계속할 필요성을 낮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드라마 여러 편을 한꺼번에 몰아보면 서비스되는 콘텐츠를 그만큼 빨리 소비하게 되고, 원하는 콘텐츠를 모두 시청한 이용자는 더 이상 구독료를 지불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연구진은 OTT 구독 취소 경험이 최소 1번 이상 있는 서울 및 수도권 20~50대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초점 집단면접을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1부와 2부로 나뉘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이미지 출처=넷플릭스 제공]

연구진은 “OTT 사업자가 콘텐츠를 동시에 공개하지 않는 것도 구독 해지를 막으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화제를 모은 드라마 '더 글로리'가 1부와 2부로 나뉘어 시간차를 두고 공개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편 이용자가 OTT 사용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는 것도 구독 해지의 또 다른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습관적으로 콘텐츠를 보는 자신이 중독됐다고 생각해 구독을 해지했다거나, 지인 추천으로 가볍게 구독했다가 추후에 취소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면접 참여자들은 OTT의 콘텐츠 추천 시스템을 부정적으로 보기도 했다. 유사한 장르가 계속 추천되다 보니 맞춤화 서비스에 싫증을 느끼고, 이용자의 구독 피로감이 높아져서 해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 참여자들은 OTT 서비스별 독점 콘텐츠가 존재하기는 해도, 전반적인 콘텐츠는 서로 유사하다고 느꼈다.

연구진은 “OTT 서비스의 특징적인 패턴인 이용자의 몰아보기 행위와 구독 해지의 연관성을 탐색한 것, OTT 서비스의 해지 동기로 습관적 이용과 중독의 연관성을 발견한 것이 유의미한 연구 결과”라고 덧붙였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