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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산책]건축·디자인·사진…청년예술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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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신진 발굴 프로그램 '젊은 모색'展
건축, 디자인, 사진 등 다장르 청년 작가 13팀 신작
9월 10일 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건축에서 기둥은 고대 그리스 신전에서 그 원형을 찾아볼 수 있다. 10m 안팎 높이의 신전 기둥은 수십 개의 벽돌을 쌓아 올려 수직의 기다란 형태를 만들어냈다. 오늘날에도 건축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된 기둥은 건물의 안정성을 보강하는 역할을 하지만, 미술관의 기둥은 전시 기획자에겐 늘 숙제와도 같은 존재였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건물 곳곳에 눈에 띄는 기둥이 자리한 공간이다. '미술관을 위한 주석'을 주제로 젊은 작가들은 이 기둥을 자신만의 관점과 방식으로 새롭게 해석해 제안해낸다.

황동욱, 〈순간〉, 〈흔적〉, 〈물체/공간〉, 2023.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황동욱, 〈순간〉, 〈흔적〉, 〈물체/공간〉, 2023.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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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은 신진 작가 발굴 기획전 '젊은 모색'을 과천관에서 진행한다. 올해 42주년을 맞은 '젊은 모색' 전은 '젊은'이라는 제목을 넘어 '모색'에 비중을 두고 새로운 방향 탐색을 위해 기획됐다. 이에 올해 처음으로 건축과 디자인 분야 작가가 참여하며 작품의 장르와 매체를 확장했다.


전시에는 김경태, 김동신, 김현종, 뭎(손민선, 조형준), 박희찬, 백종관, 씨오엠(김세중, 한주원), 오혜진, 이다미, 정현, 조규엽, 추미림, 황동욱 등 건축가와 공간·가구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사진가, 미디어 아티스트 등 13팀이 참여한다.

'미술관을 위한 주석'이란 전시 부제를 위해 작가들은 그동안 해왔던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미술관이라는 공간 그 자체, 특히 전시가 열리는 과천관이라는 공간을 나름대로 해석해 일종의 주석을 붙인 작업을 선보인다.


기둥이 시선을 사로잡는 과천관에 주목한 건축가 김현종은 '범위와 확장'에서 철판과 무늬목, 거울을 이용해 전시실의 기둥들을 다시금 주목하게 한다. 그는 다이아몬드와 물성이 같은 콘크리트를 통해 기둥의 물성을 들여다봤다고 소개한다. 작가는 "다이아몬드를 표현하기 위해 형상을 해체하는 형태로 작품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현종, 〈범위의 확장〉, 2023. 사진 김주영.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김현종, 〈범위의 확장〉, 2023. 사진 김주영.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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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 역시 기둥이 유독 많은 과천관 전시실에 주목한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는 시점과 원근에 따라 겹쳐 보이다 마주 닿아 보이기도 하는 기둥의 모습을 표현한 '일련의 기둥' 시리즈를 공개했다. 미술관에서 기둥은 전시 관람을 방해하는 요소지만, 고대 이후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기까지 건축에서 기둥은 원근감을 해석하는 중요한 해결책이 됐다.


작가는 기둥밑동 넓이가 각각 다른 사진 5개 설치한 뒤 어느 한 지점에서 관객이 바라볼 때 모든 이미지가 동일하게 보이는 '일련의 기둥'을 통해 피사체 크기, 그리고 투사에 따라 이미지를 달리볼 수 있게 작품을 연출했다.

김세종과 한주원의 디자인 스튜디오 '씨오엠'은 과천관 건물을 축소해 모형처럼 만든 '미술관 조각 모음' 작품을 공개했다. 넓은 공간에 분포해 전체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웠던 과천관 각 건축물의 특징을 손에 잡히는 크기로 축소한 작업이다.


조형준과 손민선으로 구성된 그룹 뭎은 과천관 중앙홀을 새로운 체험의 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사찰 입구 천왕문에서 모티브를 얻은 가상의 수호신 '아그니'와 '바유'를 지나면 레드카펫처럼 용광로에서 나온 철판을 바닥에 깐 '용광로' 작품에 이르게 된다. 작품 위를 걸으면 동작 감지 센서가 작동해 웅장한 사운드가 울려 퍼지고,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Y자 계단으로 이어진 작품을 걸으면 그 위에 설치된 영상 작업 '계단'을 만날 수 있다.


뭎, 〈내 사랑, 난 당신이 죽은 줄 알았어, 당신은 그저 다른 삶으로 넘어간 거였는데〉, 2023. 사진 김주영.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뭎, 〈내 사랑, 난 당신이 죽은 줄 알았어, 당신은 그저 다른 삶으로 넘어간 거였는데〉, 2023. 사진 김주영.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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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테이프로 제작한 '링'을 작업한 그래픽 디자이너 김동신은 과천관의 상량문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우리 미술 발전에 길이 빛날 전당을 여기에 세우며 오늘 좋은 날을 가리어 대들보를 올리니 영원토록 발전하여라 천구백팔십오년 십일월 심오일"이라는 문장은 과천관 램프 코어 천장에 새겨진 것으로 작가는 이를 박스테이프라는 가벼운 매체로 옮겨와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건물 천장에 새겨진 장엄한 문장은 얇고 가벼운 테이프에서 반복되고 반복된다.


이번 전시는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으로 관객의 감상 폭을 다각화한 점도 돋보인다. 전시 기간 중엔 큐레이터 토크와 작가와의 대화, 시 낭독회, 설치 연계 퍼포먼스 등을 진행한다. 아울러 참여 작가들의 작품이 수록된 도록 외에도 전시 주제에 대한 확장된 논의를 담은 선집을 7월 말 발간할 예정이다.


'미술관을 위한 주석'이라는 제목의 단행본은 필자로 곽영빈 미술평론가, 김원영 변호사, 심소시 독립 큐레이터, 윤혜정 국제갤러리 이사, 임대근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정다영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최성민 서울시립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최춘웅 건축가 등이 참여한다.


전시를 기획한 정다영 학예연구사는 "13개의 작품과 주석들은 각자가 미술관이라는 제도 공간에 대한 공간과 시간적 맥락을 확장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주석을 다는 것은 미술관과 작가, 관객과의 연결 지점을 넓히는 행위"라며 "이번 전시는 다양한 매체를 탐구하고 새로운 제작 방법론으로 무장한 젊은 시각 예술가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모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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