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 가격 16.4% 하락 영향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7%를 기록하면서 14개월 만에 3%대 물가에 진입했다. 석유류 가격이 35개월 만에 큰 폭으로 하락한 영향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3.7% 상승했다. 3월(4.2%)보다 0.5%포인트 낮아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내려 앉은 것은 지난해 2월(3.7%)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지난해 7월(6.3%)까지 치솟던 높은 물가 수준이 조금씩 둔화되는 흐름이다.
석유류 가격이 전년동월대비 16.4% 떨어지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렸다. 석유류 가격은 2020년 5월 18.7% 하락 이후 35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또 농축수산물은 1.0%, 공업제품은 2.0% 상승에 그쳐 물가 둔화에 영향을 끼쳤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통계심의관은 석유류 하락에 대해 “기준시점인 지난해 4월 석유류 가격이 크게 올랐던 기저효과의 영향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401개 품목으로 작성한 우리나라 방식의 근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4.6% 상승해 전월(4.8%)보다 상승폭이 0.2%포인트 둔화하는 데 그쳤다. 309개 품목으로 작성한 OECD 방식의 근원물가지수(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도 지난 2월(4%), 3월(4%)과 같은 수준이었다.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3.7%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들의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으로 작성해 체감물가에 가깝다.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2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중반까지 뚜렷한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보이며, 근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소비자물가에 비해 더딘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도 “농산물, 석유류 등 계절적 요인으로 변동이 큰 지수를 제외한 근원물가 기준으로 보면 아직 하락이 나타나지 않고 둔화세가 유지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물가는 전년동월대비 4.0% 올라 지난달(3.8%)보다 0.2%포인트 높아졌다. 집세는 0.8%, 공공서비스는 1.0%, 개인서비스는 6.1% 올랐다. 외식물가는 전년대비 7.6% 상승하면서 전월(7.4%)대비 상승폭이 커졌다. 통계청은 개인서비스의 경우 인건비, 재료비 등 원가요인들이 서서히 반영되면서 조금씩 오른 게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품목성질별로 보면 상품은 전년동월 대비 3.4% 상승했는데 이 중 농축수산물은 1.0%, 공업제품은 2.0% 상승했다. 특히 전기·가스·수도는 23.7% 상승했다.
통계청은 국제유가와 공공요금 인상 등을 향후 불안요인으로 꼽았다. 정부는 조만간 전기요금을 올릴 계획이다. 김 심의관은 "지난해 물가가 많이 올랐던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물가는 올 하반기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다만 전기·가스요금 인상 시기와 국제유가 인상, 환율 등 여러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은 통계 수입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달러-원 환율 또한 불안 요소로 꼽았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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