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ISS 연장 운영에 동의
미 "협력 계속할 것"
상호 이익 챙기는 '윈-윈' 결정
미국과 러시아가 지상에선 우크라이나 전쟁과 제재 등 으르렁대지만,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한해선 '화기애애'하다. 서로 필요한 분야에선 이념이나 동맹, 자존심에 상관없이 실익을 챙기기 때문이다. 이번엔 러시아가 미국의 ISS 연장 운영 요청에 동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운영비·추락 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러시아도 이익이 되는 만큼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7일(현지 시각) 러시아 연방우주국(ROSCOSMOSㆍ로스코스모스)이 ISS의 운영 시한을 기존 2024년에서 2028년으로 연장하는 데 동의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ISS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캐나다 우주청(CSA)이나 유럽우주청(ESA),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도 일찌감치 2030년까지 연장 운영하는데 동의한 바 있다.
러시아 측은 지난 25일 유리 보리소프 연방우주국장 명의로 다른 ISS 운영국들에 서신을 보내 연장 운영에 동의한다는 사실을 통보했다. 보리소프 국장은 소셜미디어에 "ISS 프로그램은 우주에서 실시된 국제 프로젝트 중 가장 대규모이며 가장 성공적이었다"면서 "매우 특별한 연구실(우주정거장)의 운영과 인류의 우주 탐사 사상 가장 담대한 아이디어를 계속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ISS 운영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 왔다. 우선 ISS가 고도 유지 및 회피 기동 시 사용하는 추진 모듈은 러시아가 만든 프로그레스 화물선이다. 또 최근 스페이스X가 NASA와의 협력 관계를 맺기 전까진 ISS에 사람과 화물을 실어 나르는 것도 러시아 소유스 발사체가 전담해왔다.
ISS는 1998년부터 건설돼 2011년 완공됐다. 약 400km 궤도에서 초속 약 7km(시속 약 2만 5000km)의 빠른 속도로 지구를 돌고 있다. 무게 400여t, 길이 108.5m, 폭 72.8m로 월드컵 축구 경기장 크기와 비슷하다. 인류가 지금까지 만든 가장 큰 우주비행체이자 가장 비싼 단일 건축물로 꼽힌다. ISS의 미세 중력 환경은 우주 과학 연구ㆍ유인 우주 기술 개발에 적합해 활용도가 높다. 지상보다 암 치료제나 인공장기 등 바이오·제약 개발, 반도체 신기술 개발ㆍ대량 생산, 결정 제조 등 첨단 제조업, 동ㆍ식물 생명 과학 연구, 우주의학 연구 등에 훨씬 유리하다.
그러나 완공된 지 10여년이 되면서 잦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2018년, 2021년과 지난 2월 등 3차례나 모듈 및 도킹 우주선에서 균열이 발견돼 대체 우주선이 발사됐다. 당초 계획상에도 2024년 퇴역할 예정이었다.
이에 NASA는 보수ㆍ증축 및 유지 관리를 강화해 수명을 6년 늘려 2030년까지 운영하자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그 이후엔 엑시엄 스페이스 등 민간 회사들과 함께 상업용 우주정거장을 만들고 달 개척을 위한 루나게이트웨이를 국제 공동 건설해 공백을 메운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러시아 측이 딴지를 걸면서 연장 운영 계획 확정이 미뤄져 왔다. 러시아는 2019년 별도 우주정거장 건설 및 2024년 이후 ISS 탈퇴 방침을 밝혔다. 특히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국제 제재에 반발해 ISS 철수를 기정사실화 하는 듯했다. 미국 입장에선 러시아가 손을 뗄 경우 운영ㆍ유지 비용은 물론 2030년 이후 추락시킬 때에도 약 2억달러를 들여 별도의 동력선을 제작해야 하는 등 부담이 만만치 않다. NASA가 러-우 전쟁 발발 후에도 ISS와 관련해선 러시아 측과의 협력을 계속 유지해 온 배경이다. 제재가 강화된 다른 분야와 달리 ISS 분야에서는 러시아와 계속 협력하겠다는 방침을 대내외적으로 분명히 해왔다.
실제 빌 넬슨 NASA 국장은 지난 27일 미 의회 하원 과학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우리는 러시아와 함께 ISS를 만들었고 공동 운영해야 한다"면서 "그 원칙은 오늘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프리미엄아울렛인데 '1만9900원' 티셔츠만 '줍줍'...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