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훈련 때 핵무기 탑재 전력 대폭 증가
핵무기 기획 단계부터 한국군 참여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의 핵위협에 맞서기 위한 핵협의그룹(NCG) 신설 등 강화된 확장억제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채택하면서 그동안 미국이 독자적으로 실시한 핵 준비태세 훈련에서 우리 군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한미연합훈련에선 핵무기를 탑재한 미국의 전략자산이 대폭 늘어나면서 북한을 비롯해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군 당국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NCG를 통해 미국 전략자산이 포함된 연합훈련을 추가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 양국은 북한 위협에 대응해 핵과 전략무기 운영 계획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한국의 첨단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을 결합한 공동작전을 함께 기획하고 실행하기 위한 방안을 정기적으로 협의할 것이며, 그 결과는 양 정상에게 보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우리 군은 핵무기를 사용하는 조건의 군사훈련은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미연합훈련때 'B-52', 'B-1B', 'B-2' 등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서 연합작전을 펼칠 때 엄호비행만 이뤄졌다. 하지만 핵무기의 전략무기 운영 계획을 공동으로 만들 경우 초긴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례로 미 전략사령부가 이달 11일부터 실시한 핵 준비태세 훈련 ‘글로벌 선더23(Global Thunder23)’는 ‘3대 핵전력’으로 불리는 전략기 폭격기 비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훈련, 핵추진 전략잠수함(SSBN) 준비태세를 점검하는 훈련이다. 여기엔 미니트맨 ICBM과 트라이던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B-52H·B-2A 폭격기 등 구체적 전력이 포함된다. 이 훈련에 우리 군은 2019년엔 참가했고, 2020년엔 참관했는데 앞으로 이 훈련에 참가해 핵무기 운용방식은 물론 기획까지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미국의 핵전력의 작전사항은 모두 극비"라면서 "대신 수시로 한반도 인근 배치를 노출하거나 우리 군과 함께하는 연합훈련을 부각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실제 미국은 미국은 전략자산을 한국에 상시 배치하지 않지만, 자주 전개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전략핵잠수함(SSBN), 장거리 폭격기 등 3대 핵전력 가운데 SSBN을 한국에 수시로 배치하겠다고 했다.
다만 한반도에 전개될 전략자산의 종류와 운용 방식에 따라 북한뿐 아니라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에 이어 또다시 한-중 외교 마찰이 불거질 위험이 있다. 중국은 2010년 천안함 침몰 뒤 미군의 핵추진항모의 서해 진입을 반대하며 이를 저지하기도 했다. 사드 배치로 인해 이미 균열이 생긴 한·중 관계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북 압박에 따른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추진→한·미의 군사적 대응 강화→중국의 반발과 북한의 새로운 도발 등으로 한반도 주변 정세가 험악해지는 악순환의 반복도 우려된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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