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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나이키 광고만 봐도 설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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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나이키 광고만 봐도 설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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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제품을 팔지 않는다. 마케터는 이야기를 판다."


나이키의 디자인 인턴에서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되기까지 27년간 나이키에 몸담았던 그레그 호프먼의 말이다. ‘브랜드 스토리텔링’과 ‘소비자 경험’을 총괄하며 나이키만의 목소리를 만들고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일조한 그가 나이키 마케팅을 이끌며 깨달은 창조성의 힘과 통찰을 책 ‘영혼의 설계자(다산북스)’에 담았다.

나이키는 단순히 스포츠웨어를 넘어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의류 기업들과 경쟁을 벌이며 글로벌 의류기업 브랜드 가치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비결은 ‘나이키가 형성한 세계관’이 주효했기 때문인데, 그레그는 그 원인을 ‘감정 디자인(Emotion by Design)’이라고 설명한다. 감정디자인은 어떤 꿈도 달성할 수 있다고 믿게 하는 스토리, 이미지, 경험을 만드는 능력을 지칭한다. 일반적으로 마케팅이란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에게 알리는 광고에 지나지 않았으나, 나이키에 마케팅은 정교하게 설계된 이미지로 소비자의 감정을 장악하는 일이었다.

책에서 그레그는 오랜 시간 어떻게 소비자의 감정을 디자인했고, 이를 통해 어떤 깊은 울림을 선사했는지, 그 과정에서 작용한 브랜드 철학과 원칙은 무엇이었는지를 상세히 설명한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는 브랜드 세계관 주입이다. 마케팅 부서를 총괄하는 CMO가 되기 전 디자인팀 책임을 맡으면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명칭 변경이었다. ‘이미지 디자인팀’에서 ‘브랜드 디자인팀’으로 바꾸면서 시야도 이미지에서 브랜드로 확장했다. 나이키 운동화를 단순히 보이는 이미지인 ‘패션’에서 벗어나, 이기고자 뛰어들어 치열함을 감당하는 ‘스타일’로 제시하면서 고객 스스로가 나이키의 (옷을 착용한) 광고판을 자처하게 만들었다.


이때 고객의 감정을 끌어내는 데 집중했는데, 마케팅 역사상 최초로 앰부시 마케팅을 선보였다. 앰부시 마케팅은 행사의 공식 스폰서가 아님에도 마치 그런 것과 같은 착시효과를 낳는 마케팅 기법으로, 1994년 당시 나이키는 월드컵의 공식 후원사가 아니었지만 경기장을 돌아다니며 팬들과 교감하며 광고 효과를 얻어냈다. 나이키는 여타 후원사들이 팬들과의 직접 교감 외적인 부분에 막대한 비용을 들일 때,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스토리’도 나이키만의 강점이었다. 경쟁 기업이 상품의 ‘기능’에 집중할 때 소비자의 ‘동기’에 집중해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하는 일’에 집중하기보다 ‘목적’에 집중하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호나우지뉴의 ‘크로스바’ 유튜브 영상이 그 사례다. 호나우지뉴가 자신을 위해 나이키가 특별제작한 축구화를 신고 골대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온 공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연속 슈팅한다는 내용인데, 묘기와 같은 광경에 해당 영상은 조회 수 100만을 기록했다. 사실 해당 영상은 합성된 영상이었지만 당시 호나우지뉴의 활약상이 대단했기에 진위 논란이 이어지면서 2005년 당시 유튜브 서비스 초기 베타 서비스 환경에서도 최초의 100만 조회 수를 달성했다. 해당 이슈로 나이키는 엄청난 광고 효과를 거뒀다.


인종 차별 금지 운동 ‘black lives matter(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도 나이키만의 스토리를 독자에게 각인시켰다. 미국 내에서 비무장한 흑인이 경찰에게 사살되는 일이 계속되자 나이키는 ‘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이끌었다. 대표 슬로건인 ‘Just do it(그냥 해)’을 변형한 ‘For once Don’t do it(하지 마)’이란 캠페인 영상을 공개하며 인종 차별 반대를 촉구했다. ‘미국에 문제가 없는 척하지 말라’ ‘인종차별로부터 등 돌리지 말라’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는 것을 받아들이지 말라’ 등의 내용은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그레그는 브랜딩의 핵심에 관해 고객의 당연하고 유일한 선택이 되며, 고민하지 않고 선택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우리의 존재가 역사 속으로 사라져도 우리의 작품은 계속 존재해야 한다. 젊은 세대가 고전 소설의 진가를 발견하듯이 브랜드의 스토리 역시 지속적으로 읽혀야 한다. 그런 브랜드 스토리는 그것을 읽는 눈이 있는 한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스토리를 가진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 "같은 것을 반복해서 들려주는 브랜드 경험은 소비자들을 지루하게 하고 짜증스럽게 만든다. 브랜드의 목소리에 여러 색깔을 입혀 필요한 순간에 다른 음색으로 연주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게 브랜드가 아니다. 단순한 기억이 아닌 유산을 남기기 위해서는 인간적인 브랜드가 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영혼의 설계자 | 그레그 호프먼 지음 | 다산북스 | 420쪽 | 2만2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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