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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식 주가 조작 후폭풍?…삼천리·서울가스 등 이틀 연속 하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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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주가 조작 등 불공정거래 관련 조사 진행 중
삼천리·서울가스·선광·세방·대성홀딩스·다우데이타 직격탄
별다른 호재 없이 지난 3년여간 주가 계속 우상향

삼천리·서울가스·선광·세방·대성홀딩스·다우데이타 등 6개 상장사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하한가(10시 현재)를 기록 중이다. 지난 21일 종가 기준으로 이들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10조원을 웃돌았지만 2거래일 만에 5조원이 사라졌다. 전날까지만 해도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에서 매도 주문이 쏟아진 것과 관련, 담보 부족에 따른 반대매매에 의한 급락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어 구체적인 배경이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이들 종목의 주가 조작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패닉셀링(공포에 따른 투매)' 현상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다단계식 주가 조작 후폭풍?…삼천리·서울가스 등 이틀 연속 하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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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에서 신용융자잔고가 불어난 가운데 주가가 많이 떨어지면 반대매매로 이어질 수 있어 이른바 '빚투'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박재훈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총괄과장은 "전날 하한가를 기록한 중목을 대상으로 주가 조작 등 불공정거래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미 조사가 진행 중인 사항이며, 통정거래 혐의 등 관련 자료를 곧 검찰에 넘길 것"이라고 전했다.

통정거래는 매수할 사람과 매도할 사람이 가격을 미리 정해놓고 일정 시간에 주식을 서로 매매하는 것을 말한다. 마치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게 해서 부당이익을 취해 선의의 투자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증권거래법상 이를 금지하고 있다.


단기간에 자금을 모으기 위해 다단계 방식 활용

주가 조작 혐의를 받는 이들은 단기간에 막대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다단계 방식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투자자가 새로운 투자자를 데려오면 수익 일부를 나눠주는 방식을 썼다. 이들은 특히 감독당국의 눈에 띄지 않도록 3년여에 걸쳐 하루에 0.5%, 1%씩으로 주가를 조금씩 움직여왔다. 또 투자자로부터 인적사항과 휴대전화를 받아서 주식 매매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투자자 명의의 휴대전화로 거래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전날 8개 종목이 의문의 하한가를 기록한 건 주가 조작 일당이 다단계 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해 주가를 끌어올리다 금융위 조사 사실이 알려지자 급히 빠져나가며 매물을 던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25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서울가스는 전날보다 29.92% 내린 22만9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하한가인 22만9500원에 팔겠다고 내놓은 매도 물량 가운데 주문이 체결되지 않은 물량은 51만주(1200억원)에 이른다. 매도 잔량은 전체 발행주식(500만주)의 10%가 넘는 규모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60.3%인 것을 고려하면 하한가에라도 팔고 보자는 심리가 얼마나 강한지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가스 주가가 전날 하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도 급락하면서 시가총액은 지난 21일 2조3375억원에서 1조1475억원으로 줄었다. 이틀 만에 1조1900억원이 사라졌다. 삼천리 주가도 이틀 연속 급락하면서 시가총액이 2조원에서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1년간 서울가스와 삼천리 주가는 급등했다. 특별한 호재가 없었지만 팔려는 투자자보다 사려는 투자자가 몰리면서 주가가 올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고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매입하기 시작했다.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적자 및 배당 미지급 여파로 이들 종목에서 도시가스 관련 종목으로 일부 수급이 움직이기도 했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천연가스 가격 상승과 도시가스 사업은 연관성이 없다"라며 "주가 상승을 뒷받침할 만한 실적 개선 근거는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와 가스 업종은 정부의 규제로 매출액 상한선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주가순자산비율(PBR) 1.0배를 뚫기 어려운 산업"이라며 "전날 종가 기준으로 삼천리와 서울가스 PBR은 각각 1.4배, 2.1배로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다"라고 분석했다.


최대주주 지분율 높고 거래량 많지 않다는 공통점

서울가스·삼천리 등과 함께 하한가를 기록 중인 선광·세방·대성홀딩스 등도 최근 1~2년 사이 주가가 별다른 조정없이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거래량이 많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구나 전날 하한가를 기록할 당시 외국계 증권사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에서 매도 주문이 쏟아졌다는 점도 동일하다. CFD 계좌를 이용해 레버리지를 최대한 활용한 까닭에 신용융자잔고율도 높아진 것으로 보이는데, 주가가 급락하면서 반대매매가 일어나 이틀 연속 하한가로 이어지고 있다.


CFD 계좌는 종목에 따라 최대 2.5배까지 레버리지 활용이 가능하다. 우량 상장사의 경우 1억원만 있어도 2억5000만원어치 주식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20일과 21일 국내 증시가 흔들렸을 당시 하림지주·세방·다우데이타 등도 약세 흐름을 보였다. CFD 계좌를 통한 매수 비중이 컸던 상장사라면 담보 부족에 따른 반대매매가 가능했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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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상장사는 시장 대비 신용융자잔고율과 공여율이 과도했다. 코스피 전체 종목의 5일 평균 신용융자공여율은 7.44%. 신용융자잔고율은 0.98%인데 반해 하한가를 기록한 코스피 종목은 30% 수준의 신용융자공여율과 10%의 잔고율을 기록했다. 신용융자공여, 잔고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주가가 하락할 경우 급매 현상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여의도 증권가는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 중인 상장사 외에도 개인 투자자가 빚을 많이 내 투자한 종목은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잔고는 20조4000억원으로 연초 대비 3조9000억원 증가했다. 코스닥시장만 10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4~5월 수준에 도달했다. 코스닥의 신용융자 신규 금액 추이는 최근 20거래일 평균 기준 1조3000억원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동학개미 운동이 활발했던 2020년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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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별 신용융자거래 현황을 고려할 경우 코스피 소형주와 코스닥 중형주 중심으로 수급발 변동성 확대를 경계해야 할 것"이라며 "코스피 소형주의 신용융자잔고율과 공여율은 1.7%, 8%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중형주의 경우 2.4%, 12%를 기록 중이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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