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보호법 시행 15년간
비정규직 비율 38.4%… 역대 최대
인국공 사태 이후 비정규직 급증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지난 15년간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이동한 비율이 반토막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법은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의무화했지만, 이들 비정규직의 14%가량은 1년 후 무직자가 되는 등 경력의 연속성이 떨어졌다.
30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권태구 한국기술교육대 인력개발학과 조교수와 함께 작성한 '비정규직의 일자리 이동성 분석' 논문에 따르면 2020년 8월 비정규직 근로자가 1년 후인 2021년 8월 비정규직으로 남아있을 확률은 71.4%였고,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근로형태가 전환된 비중은 10.1%였다. 이는 2006년 비정규직이 1년 후인 2007년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율 18.9%에서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2020년 8월 비정규직에서 1년 후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한 비중은 14.3%였는데, 이는 정규직의 비경제활동인구 전환 비중 5.6%, 비임금근로자의 4.8%보다 훨씬 높다. 논문은 "비정규직의 경우 경력이 연속적으로 축적되는 비중이 특히 낮음을 알 수 있다"면서 "비정규직으로 근로를 제공하던 취업자의 14.3%가 다시 취업 준비를 하거나 육아 또는 구직활동을 포기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근속에 의한 전환보다 이직에 의한 전환 비중이 높았다는 것이다. 근속에 의한 정규직 전환은 2006~2007년 22.3%에서 2021~2021년 10.9%로 11.4%포인트 줄었다. 반면 비정규직이 이직하면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율은 24.5%에서 14.1%로 10.4%포인트로 근속 전환보다 적게 감소했다.
비정규직보호법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의 규모가 급증, 전체 임금 근로자의 3분의 1을 넘어섰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대우로 인해 사회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제정돼 2007년 7월1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이번 논문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비정규직은 546만5000명에서 806만6000명으로 47.6%(260만1000명) 증가했고, 같은 기간 정규직은 29.8% 증가했다. 이 기간 취업자가 439만여명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지난 15년간 증가한 일자리의 59.2%를 비정규직 일자리 증가가 차지한 셈이다.
특히 2006년 임금 근로자의 35.4%를 차지하던 비정규직의 비중은 2014년 32.2%로 최저 비중을 나타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1년 38.4%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7년 32.9%에 머물던 비정규직 비중은 2018년 33.0%, 2019년 36.4% 등으로 급증세를 보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임기 초반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인 이른바 '인국공 사태'로 인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이 여론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비정규직을 오히려 늘렸다는 지적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는 "문재인 정부는 2017년과 2018년 20만명 정도 비정규직이 줄어드는데 이후부터는 줄지 않고 정체되거나 오히려 조금 늘어났다"면서 "처음부터 20만명 정도만 한정해 정규직화를 실행하다 보니 그 이후부터는 사실상 정부 동력이 많이 약화했다"고 풀이했다. 이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지 않으니 대기업들도 눈치를 보지 않게 됐고,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들이 비정규직 형태의 채용을 확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비정규직 비율이 10%대임을 고려하면 한국의 비정규직 비율은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비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실제적 차이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상광 충남대 국가정책대학원 박사는 여전히 공공부문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발생하는 임금 차이를 지적하며 "비정규직 문제는 단순히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정규직 전환에 따른 재원 부담, 기존 정규직 노조와의 형평성 문제, 신규 청년 일자리 축소 문제 등 추가로 발생하는 문제들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데 그 작업은 정규직에 대한 일종의 과보호 상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어렵다"면서 "단순히 정규직을 확대하려는 것은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해 궁극적으로는 정규직 전환으로 작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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