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뛰어넘는 이익집단…철저히 감독해야
SW인재 양성 위해 대학정원 규제 개선을
외국인 인력 채용 제안…벤처 글로벌화 목표
"신산업 태동을 막는 장애물을 없애고, 혁신기업들이 자유롭게 사업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성상협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없거나 과도한 규제에 대해서는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이날 성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마련한 중소·벤처기업인들과의 오찬 간담회를 마친 후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도 '규제'였다고 한다. 기업인들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발맞춰 규제 개선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성 회장은 인공위성 안테나 전문기업 '인텔리안 테크놀로지스'의 대표다. 일찌감치 글로벌 진출에 성공해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전 세계의 해외법인만 5개다. 그는 "외국인 임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줬는데 한국에서 증권계좌를 트려하니 4주가 걸렸다고 한다. 일거래 횟수도 제한된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법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한 것을 빼곤 다 허용해주는 네거티브 규제를 바탕으로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사전허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벤처기업들이 국내시장을 테스트베드 삼아 마음껏 사업할 수 있게 허용해주고, 문제가 발생하면 민관이 힘을 모아 하나씩 개선해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벤처기업의 발목을 잡는 또 하나의 요인은 기존 이익집단과의 마찰이다. 대한변호사협회와 로톡, 한국세무사회와 삼쩜삼, 대한의사협회와 원격의료 전문업체 등 기존 이익집단과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성 회장은 “많은 규제들이 국민을 보호하려는 당초 취지와 달리 특정 이익집단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이익집단이 법을 뛰어넘는 권한행사를 하지 못하게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며 "기존의 규정이 벤처기업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공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많은 혁신벤처들이 해외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있지만 국내시장에서 자리잡는 것조차 버거운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성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주 52시간 근로시간제도 기업의 원활한 경영활동을 위해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자본과 인력의 여유가 많은 대기업은 새로운 법에 대한 대처가 빠른 반면 중소·벤처기업들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성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처벌 요건을 명확히하고 제재방식을 개선해 '처벌'이 아닌 '예방'에 방점이 찍히는 법안이 마련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주 52시간제와 관련해선 "기술전문인력을 단기간에 채용하기 어려운 벤처기업에서 효율성을 바탕으로 성과를 내려면 경직된 제도를 탈피하고 노사 간 자율협약을 기반으로 한 유연한 근로제도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개발자 몸값이 크게 오른 상태에서 경기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며 인건비는 기업에 큰 부담이 됐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벤처기업인들이 최저임금위원회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프로그램 개발 등의 업무에 프리랜서나 단기근로자를 채용할 경우 최저임금 인상분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성 회장은 "금리상승, 공공요금 급등 등 경제상황이 엄중한 시점에서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합리적인 수준의 최저임금이 결정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IT분야 인력난도 벤처기업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다. 성 회장은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두 가지 제안을 내놨다. 하나는 수도권 대학정원 규제 개선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대학정원 총량 규제로 인재를 충분히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 회장은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정원은 16년째 55명으로 묶여있는 반면 스탠포드대학교는 2008년 141명에서 2019년 745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협회는 법을 고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첨단 분야 학과는 대학 정원 총량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건의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성 회장은 인력난을 해결할 또 다른 해법으로 외국인 인재 채용을 내놨다. 그는 "필리핀, 베트남, 인도 등 남방 국가에 소프트웨어(SW) 인재가 많다"면서 "현장의 수요를 대응하기 위해 이들을 좀더 공격적으로 유입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 회장의 취임 일성 중 하나는 벤처기업의 글로벌화다. 그는 "벤처 생태계 외연이 확장됐지만 여전히 전세계 GDP의 1% 수준의 국내 내수시장을 탈피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국내 벤처기업의 양적·질적 성장을 위해 글로벌화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성 회장은 이번 주 윤 대통령이 이끄는 대규모 경제사절단과 함께 미국 방문길을 동행한다. 그는 "정부가 글로벌 진출 정책에 방점을 찍은 만큼 벤처기업의 수출 활성화를 위한 전방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전문인력 공급과 투자 유치, 국가 간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성상엽 회장 약력>
▲1972년 경상북도 문경 출신 ▲대구 달성고, 연세대 전자공학과 졸업 ▲2004년 인텔리안 테크놀로지스 창업 ▲2020년 벤처기업협회 수석 부회장 ▲2023년 제11대 벤처기업협회 회장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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