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겪은 학교밖 청소년, 또래폭력 가능성도 높아

가정폭력 경험하면 불안·공격성 높아져
부모의 폭력적 해결방식이 청소년 사회에 적용

가정에서 폭력을 경험한 학교 밖 청소년들은 공격성이 높아지고, 또래 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경향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은희 충북연구원 연구위원 등은 2017년 발표한 ‘학교 밖 청소년의 가정폭력 피해와 또래폭력 가해와의 관계’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연구진은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2016년 전국 청소년 위기 실태조사’를 토대로 충북지역 학교 밖 청소년 169명의 사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신체적 위협이나 욕설, 방임 등의 가정폭력 피해 경험은 학교 밖 청소년의 불안, 공격성, 또래폭력 가해와 상관관계를 보였다.

또 불안·공격성이 가정폭력 피해와 또래폭력 가해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매개효과’도 부분적으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가정폭력에 노출되면 공격성이 높아지고, 이는 다시 또래폭력 가해 가능성을 높이는 악순환이 일어난다는 것.

다만 기존 유사한 연구에서 결과가 엇갈렸던 불안의 경우, 가정폭력 피해와 또래폭력 가해 사이의 매개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부모의 폭력적이고 비민주적인 의사소통과 문제해결 방식은 청소년의 사회적 관계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정폭력 피해자가 또래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을 낳고 적절한 개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청소년 범죄로 진행될 수 있다”며 “가정폭력은 방치되거나 가볍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양이원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2년 학교폭력 사건 검거자 1만4432명 가운데 35.5%에 달하는 5122명)이 학교 밖 청소년이었다. 전체 학령인구(558만9000명) 중 학교 밖 청소년이 2.6%(14만3000명)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높은 비율이다.

그러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학생인 경우에 비해 학교 밖 청소년이 연루된 학교폭력은 실효성 있는 조처를 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와 학교, 지역사회가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