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월요일인 17일(현지시간) 긴축 우려 속에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주시하며 보합권에서 상승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00.71포인트(0.30%) 오른 3만3987.18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3.68포인트(0.33%) 높은 4151.3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4.26포인트(0.28%) 상승한 1만2157.72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에서 에너지, 통신, 헬스 등 3개 업종을 제외한 나머지 9개 업종은 상승했다. 특히 부동산, 금융주의 오름폭이 컸다. 종목별로 구글 알파벳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검색엔진을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에 전장 대비 2.78% 하락 마감했다. 모더나는 암 임상시험서 긍정적 결과를 공개했음에도 8%이상 밀렸다.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기대 이하의 실적에 9%이상 내렸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 위기설이 돌았던 찰스슈왑은 이날 실적 공개 후 2%이상 올랐다. 다만 기대를 웃돈 실적과 달리, 예치금은 전년 대비 30%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자들은 지난주 후반 JP모건, 시티, 웰스파고 등 대형은행들을 시작으로 본격화한 실적시즌을 주시하고 있다. 이날 찰스슈왑에 이어 이번 주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골드만삭스, 뉴욕멜론은행 등의 실적도 공개된다. 앞서 대형은행들의 실적이 호조를 보인 가운데 SVB 사태 이후 예금 인출 등에 시달린 지역은행의 실적, 은행권 대손충당금 규모 등에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린다. 경제매체 CNBC는 "금융주가 실적 발표 시즌을 맞아 엇갈리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SVB 붕괴 이후 금융 부문의 전반적 건전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술 기업 중에는 테슬라, 넷플릭스, IBM 등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BoA에 따르면 지난주 실적을 공개한 기업 중 90%가 예상을 웃도는 주당순이익(EPS)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고용, 인플레이션, 소비 등 지표들은 잇달아 시장 전망을 하회하며 경기 둔화에 무게를 싣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내놓을 2분기 실적 가이던스도 주목할 만하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16선까지 내려갔다. 톨배켄의 마이클 퍼브스는 "투자자들이 은행의 시스템적 문제에 대해 경계하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며 "오히려 이들은 실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경기 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도 오는 19일 공개된다. 베이지북 내 SVB 사태로 인한 은행권 불안 등에 대한 경제 판단이 어떻게 담길지 관건이다. Fed 당국자 중에서는 미셸 보먼 Fed 이사,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리사 쿡 Fed 이사 등이 연설에 나선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에 나설 가능성을 86%이상 반영하고 있다. 동결 전망은 13%대에 그쳤다. Fed가 둔화한 경제 지표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추가 긴축을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하며 6월 추가 인상 전망도 나오고 있다. CFRA리서치의 샘 스토발 수석투자전략가는 "Fed가 금리인상을 곧 종료할 것이라고 낙관하는 사람들과 금리인상을 강요받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 사이에 줄다리기가 있다"며 "어떤 의미에서 경제가 둔화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날 공개된 지표는 긍정적이다. 뉴욕주의 제조업 활동을 보여주는 4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수는 10.8로 직전월 -24.6에서 플러스로 전환했다. 시장 예상치(-15)도 훨씬 웃돈다. 투자자들은 다음날 나오는 중국의 경제 지표에도 주목하고 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금리는 소폭 상승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3.59%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금리는 4.19%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전장 대비 0.5%이상 오른 102선을 기록 중이다.
국제유가는 소폭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69달러(2.05%) 오른 배럴당 80.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는 지난 4월 1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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