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
코스닥 지수 약 33% 올라…‘에코프로 형제’에 투자금 집중
코스닥 시장에서 '빚투(빚 내서 투자)' 규모가 1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6월 이후 약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0조111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0조원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해 6월14일(10조1348억원) 이후 처음이다. 연초 대비로도 불과 석달 반 만에 30% 급증하며 연중 최고치를 연일 경신 중이다.
지난달 중하순께부터는 이미 유가증권시장 신용거래융자 규모도 훌쩍 앞질렀다. 유가증권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연초 8조7743억원에서 지난 11일 9조4235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초 대비 증가율은 약 7.4%다.
코스닥 시장에 유독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급격히 불어난 것은 올 들어 코스닥 지수가 급격히 뛴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날 기준 코스닥 지수는 894.25에 마감됐다. 지난 1월초 대비 약 33% 오른 것으로, 어느새 900대 탈환을 앞뒀다. 전 세계 증시와 비교해도 가장 가파른 상승률이다. 투자자별 매매동향을 살펴보면 코스닥 지수 상승을 이끈 것은 '동학개미' 들이었다. 해당 기간(1월2일~4월11일) 동안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가 총 4조7529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은 3조1024억원치 주식을 팔아치웠고, 외국인도 6110억원 순매도했다.
그렇다고 전체 코스닥 시장이 활황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실질적으로는 투자자들의 자금이 이차전지 등 특정 섹터에만 유독 몰린 탓이다. 이른바 '에코프로 형제'라 불리는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이 대표적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연초부터 지난 11일까지 두 종목에 총 1조9192억원(에코프로 1조1639억원, 에코프로비엠 7553억원)을 투자했다. 이 두 종목이 코스닥 시장 전체 순매수 규모의 약 40%를 흡수해버린 셈이다. 연초 반도체 업황 악화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대형주의 실적 부진이 겹치면서 이 같은 쏠림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특히 신용융자잔고에서도 '에코프로 형제'의 영향력이 컸다. 코스콤 체크(CHECK)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두 시장의 신용융자잔고 순위 톱 10위 안에 에코프로비엠이 2위, 에코프로가 10위에 포진했다.
이런 탓에 증권가에서는 '과열 경고음'이 나온다. 에코프로 주가는 이미 현 시점에서의 기업가치를 지나치게 넘어선 수준이란 지적이다. 하나증권은 2027년 기준 에코프로의 가치를 자회사 포함해 총 11조8000억원으로 추산했다. 현재 에코프로의 시가총액은 16조원대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 시가총액은 5년 후 예상 기업가치를 넘어섰으며, 당분간 중기 실적을 확인해 가는 상당한 기간 조정이 필요하다"며 "(에코프로는) 위대한 기업이나 '현재 좋은 주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경고하면서 '매도' 투자의견을 처음으로 내놨다.
에코프로의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업황 호조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라면서도 "업황 호조와 기대감을 반영한 목표주가 대비 현재 주가 수준은 과열 상황이라 추가적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며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Hold)'으로 낮췄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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