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운영하는 스포츠센터 직원의 항문에 길이 70cm 정도의 플라스틱 봉을 찔러넣어 숨지게 한 40대 스포츠센터 대표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3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한모씨(42)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씨는 대법원에 상고하며 사건 당시 자신이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거듭 주장하며 형이 과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씨는 2021년 12월 31일 새벽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자신이 운영하는 스포츠센터(이하 센터)에서 직원 A씨(26)를 청소기 봉(플라스틱 재질, 길이 약 80cm, 폭 약 4cm)과 운동용 봉(플라스틱 재질, 길이 약 70cm, 폭 약 3cm) 등으로 수차례 폭행하고, A씨의 항문에 운동용 봉을 찔러넣어 장기 파열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발생 전날 저녁 센터 직원들과 송년회를 마친 뒤 두 사람은 함께 술을 더 마신 뒤 대리운전 기사를 기다렸는데, 대리기사의 도착이 늦어지자 A씨는 음주 상태에서 직접 운전을 하려고 했고,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한씨는 A씨에게 심하게 화를 냈다.
이후 두 사람은 다시 센터로 자정을 넘겨 계속 술을 마셨는데 이때부터 A씨에 대한 한씨의 폭행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앉아있는 A씨의 목 위에 올라타거나 주먹으로 때리던 한씨는 31일 새벽 2시 이후에는 플라스틱 봉을 이용해 폭행하기 시작했다.
새벽 2시14분께부터 바닥에 쓰러져 있던 A씨의 항문에 운동용 봉을 밀어 넣은 한씨는 이후에도 계속 A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거나 봉을 항문 안쪽으로 밀어넣는 행동을 반복했다.
마지막 순간에는 운동용 봉을 A씨의 몸에 완전히 밀어넣기 위해 한씨가 발로 A씨의 항문에 꽂혀 있는 운동용 봉을 여러 차례 강하게 걷어차기까지 했다.
결국 플라스틱 봉이 A씨의 직장과 간, 심장까지 이르게 됐고 결국 A씨는 흉복부 둔기 관통상으로 사망하게 됐다.
재판에서 한씨는 범행 당시 만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씨가 범행 장면 일부를 기억하고 있었던 점과 사건 발생 후 직접 112에 신고한 점 등이 근거가 됐다.
1심 재판부는 한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고, 2심 재판부도 이 같은 1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 한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범행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엽기적이고 잔혹하다"며 "피해자가 느낀 공포심과 수치심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극심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한씨의 범행동기와 관련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비난 동기 살인'(제3유형)으로 판단한 것과 달리 '보통 동기 살인'(제2유형)이라고 봤다.
비난 동기 살인은 보복살인, 무작위 살인, 다른 범죄 발각 방지 목적 살인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한씨의 범행 수단과 방법이 엽기적이고 잔혹하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한씨가 계획적으로 A씨를 살해하려고 했다거나 인명 경시 성향이 보이지는 않는다는 이유였다.
대법원 역시 이 같은 2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한편 대법원은 한씨의 양형부당 상고 이유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대법원은 2심 재판부가 한씨의 범행 동기를 '비난 동기 살인'이 아니라 '보통 동기 살인'으로 변경한 것은 이미 1심에서부터 이미 현출돼 심리된 양형요소에 대한 평가를 달리한 것일 뿐, 양형상 사정변경이 있는 경우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한씨가 2심 재판 도중 A씨 유족들을 위해 4100만원을 공탁한 점 역시 한씨의 죄질과 피해자 A씨나 그 유족들이 입은 피해, 범행의 내용과 방법이 엽기적이고 잔혹한 점 등을 고려하면 형을 변경할 정도의 사정변경이라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사건은 발생 당시 경찰의 초동 수사 부실 대응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건 당일 오전 9시5분쯤 신고를 받고 소방과 함께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함께 술을 마신 A씨가 음주운전을 하려고 해 말리다가 폭행했다'는 취지의 한씨 진술을 확인한 뒤, 하의를 입지 않은 채 누워있는 A씨에게 옷을 덮어주고 맥박을 확인한 뒤 철수했다.
A씨의 사망 이후에도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해 한씨를 입건했던 경찰은 '장기 손상으로 숨졌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소견이 나온 뒤에야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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