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외국법 ‘비공개의무’ 조항, 우리 법률에 부합해야 인정"
구글과 구글코리아가 미국 정보기관 등에 넘긴 한국 이용자 정보 내역을 공개하라는 최종 판결이 9년 만에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3일 국내 인권활동가 오모씨 등 6명이 구글과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내역을 공개하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원심 중 일부 원고 패소 부분에 대해서만 심리 미진을 이유로 2심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소송은 2014년 오씨 등이 구글에 정보공개 내용을 밝히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오씨 등은 "구글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프리즘(PRISM) 프로그램에 사용자 정보를 제공했고 이에 따라 자신들의 개인정보와 지메일(Gmail) 사용 내용이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프리즘’은 미국을 지나는 광섬유 케이블에서 이메일 등 인터넷 정보를 수집하는 NSA의 감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구글은 "오직 법률에 따라 이용자 정보를 정부기관에 제공하고 있고, 특정 이용자가 정보제공 요청 대상이 됐는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는다"며 오씨 등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오씨 등은 해당 정보를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미국에 본사가 있는 구글이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국내법을 따라야 하는지 ▲비식별 정보가 공개 대상 개인 정보인지 ▲구글 본사의 소송은 미국 현지 법원이 전속 관할권을 가진다는 국제재판관할 합의에 반하는 것인지 등이 쟁점이 됐다.
하급심은 구글에 대해서는 이용자가 약관 등을 통해 외국법에 따른 법적 분쟁 해결 방안에 동의했다고 해도 국내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봐 국내 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비식별 정보 역시 다른 정보와 결합됐을 때 개인이 식별된다면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며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미국법령에서 비공개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구글이 정보의 열람이나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구글코리아에 대한 정보 제공 내역 공개에 대해서는 하급심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구글코리아에 대한 정보 제공 내역 공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2심은 구글코리아가 한국에서 위치정보 사업 허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위치정보서비스 및 위치기반서비스에 한해서는 열람·제공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이 비공개의무를 부여하는 외국 법령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정보의 열람이나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고 본 부분에 대해서는 심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했다. 나머지 쟁점 사안에 대해서는 모두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비공개의무를 부여하는 외국 법령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외국 법령의 내용이 우리나라 헌법과 법률 등의 내용과 취지 등에 부합하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개인정보를 보호할 필요성에 비해 그 외국 법령을 존중해야 할 필요성이 현저히 우월한지, 이용자가 열람·제공을 요구하는 정보에 관해 해당 법령에서 요구하는 비공개요건이 충족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이 실질적으로 비공개의무를 부담하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국가안보, 범죄 수사 등의 사유로 외국의 수사기관 등에 정보를 제공했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가 이미 종료되는 등으로 정보수집의 목적에 더 이상 방해가 되지 않는 한 이용자에게 해당 정보의 제공 사실을 열람·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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