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회, 마금회, 마술회 등 분야별 모임도 활발
프로게이머 페이커(이상혁), 데프트(김혁규)도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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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연말 연초가 되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책이 있다. 한 해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트렌드코리아>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가 내는데 대표 저자는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김난도 교수다. 김 교수는 교수이자 작가, 트렌드연구자,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유명 인사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등 베스트셀러를 펴냈고 2008년 부터 발간하기 시작한 <트렌드코리아> 시리즈를 통해 트렌드 전문가로 입지를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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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 노출이 잦은 인사 중 한명은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이다. 지난 11~15일 미국을 방문한 그는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 의혹에 대해 "상당수 위조됐다. 악의로 도청한 정황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 측 해명과 차이가 있어서 논란이 일자 "정부는 도·감청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라고 한 발 뺐다. 어쨌든 김 차장은 현 정부 외교안보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세다. 특히 김성한 안보실장이 사임하면서 그의 입을 바라보는 눈들이 더 많아졌다.
얼핏보면 김씨라는 것 외에 별다른 공통분모가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마포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점이다. 김난도(29회)교수가 선배다.
마포고등학교는 1953년 7월 1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서 개교한 사립고등학교다. 1950년 인가를 받은 학교법인 대승학원(전 중앙의숙)이 재단이다. 마포에서 개교했고 이름도 마포고등학교지만 마포고는 마포에 없다. 1985년 2월 강서구 등촌동(화곡로 403번지)으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마포고 동문 중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인물은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제1차장(32회)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을 맡으면서 부터 '외교안보 실세'로 주목됐다. 박근혜 문재인 정부 때는 원래 자리인 성균관대 교수로 돌아갔다가 2022년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인수위원으로 발탁되며 다시 전면에 나섰다. 당시 대통령실은 그의 발탁 배경에 대해 "강한 군대를 통한 튼튼한 안보, 한미동맹, 대북정책 개선을 우선하고 국익을 앞세운 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해 왔다. 윤석열 당선인의 실사구시 원칙, 상호주의에 입각한 남북문제 해결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도록 정부와 논의를 진행해 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마포고 동문에 따르면 김 실장은 말 그대로 '모범생'이었다고 한다. 이런 배경에는 선생님들의 학생들을 향한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고 말한다. 2018년 마포고 동문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던 이현수(78·12회) 씨는 "김 실장이 졸업한 32회 즈음해서 훌륭한 인물들이 많이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종의 마포고 전통으로 볼 수 있는데 마포고는 선생님들이 공부를 참 많이 시킨다"고 말했다.
정진오(26회) 마포고 총동문회장은 "코로나 여파로 동문회 모임 등 행사를 못했는데, 올해부터는 활발하게 동문회 운영을 할 계획이 있다. 올해 6월 10일 모교에서 체육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어 "체육대회뿐만 아니라, 월례회 성격으로 등산 모임도 하고 있는데, 동문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철(24회) 법무법인 정세 대표변호사는 마포고는 다양한 인재를 배출한 학교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마포고 출신 첫번째 검사 출신 법조계 인사다. 김 변호사는 "관계, 법조계, 문화예술계 등에 마포고 출신들이 참 많다. 인재들이 사회 곳곳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분야의 인재가 많은 만큼, 동기들끼리도 끈끈하다. 동문들 사이에서 골프, 바둑, 최근에는 당구까지 다양한 모임을 활발하게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동주(26회)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저희 동기 즈음하여 서울대에 28명이 붙었다"라며 "당시 마포고는 서울대 진학률 전국 3위 안에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당시에 그렇게 서울대를 많이 갔다는 얘기는, 그만큼 인재들이 많이 들어왔고 선생님들이 잘 가르쳤다는 얘기다"라고 강조했다. 또 "동문들끼리 각종 모임도 많다"면서 "법조계 모임의 경우 '마포고 출신 법조인들의 모임'인 '마법회'가 있고, '마금회(마포고 출신 금융인들의 모임)','마술회(마포고 출신 예술인들의 모임)'가있다"고 말했다.
정장열(30회) 주간조선 편집장은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노력했다"며 "학생들이 읽기 어려운 책도 많이 추천해주셨고,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독서교육도 많이 하셨다"라고 말했다. 각종 방송에서 시사평론가로 활동하는 김관옥(30회) 계명대 교수는 "마포고 학생들은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장래 희망을 실현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한마디로 독립심이 매우 강하다"라고 강조했다.
마포고 출신 주요인사.(왼쪽부터)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제1차장, 김난도 서울대 교수, 설경구 영화배우, 안순홍 한화테크윈 대표, 최동주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한채양 신세계조선호텔 대표(김 실장 이외 표기 순서는 이하 가나다순)
원본보기 아이콘마포고 출신 주요 인사로는 김태효 실장을 비롯해 김난도 서울대 교수, 김관옥 계명대 교수, 김영철 법무법인 정세 대표변호사, 설경구 영화배우, 안순홍 한화테크윈 대표,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부회장, 정장열 주간조선 편집장, 김종훈 이투데이 피엔씨대표, 최동주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최재홍 마포문화원 원장, 편승엽 가수, 한채양 신세계조선호텔 대표 등이 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설경구(33회) 배우가 모교의 이름을 빛내고 있다. 1994년 5월, 극단 <학전>에서 기획실장으로 있던 대학 선배에게 부탁해 대학로에서 포스터 붙이는 일을 했던 설경구는 우연히 김민기의 눈에 띄면서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연극 무대에 오른다. 그렇게 연극 <트루웨스트>, 뮤지컬 <모스키토> 등 대학로에서 인지도를 쌓은 설경구는 KBS드라마 <딸부잣집>(1994), <젊은이의 양지>(1995) 등에 출연하며 활동 무대를 넓힌다. 이후 1996년, 첫 영화 <꽃잎>에서 여주인공 소녀(이정현)의 행방을 쫓는 대학생 역할로 출연하며 스크린 데뷔를 한다. 이후 1999년초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에 오디션을 통해 주연으로 발탁된다. 당초 설경구는 첫 오디션에서는 떨어졌지만, 드라마 <고백> 등 극작가로 알려진 이창동 감독 부인이 우연히 거실에서 본 오디션 필름에서 그를 보고 "김영호 여기 있네"라며 설경구를 추천한 것이 인연이 돼 다시 기회를 잡은 일화는 유명하다. 현재 설경구는 '천만 관객 영화 배우'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영화배우 류수영과 가수 편승엽이 졸업했다.
마포고 출신 또 다른 유명 인사로는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롤)' 프로게이머 닉네임 페이커(이상혁), 데프트(김혁규)가 있다. 이때문에 프로게이머를 희망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마포고는 진학하고 싶어하는 학교로도 유명하다. 2020년 중국 언론 '시나닷컴'은 페이커를 봉준호 감독,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한국의 5대 국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세계적인 인기에 힙입어 지난해 열린 학교 축제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2022 롤드컵'을 유튜브로 생중계했으며 2021년 교내에서는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김성환 마포고 교장은 지난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의 체이스 센터에서 열린 '2022 LoL 월드 챔피언십 대회'에 응원차 참석해 페이커 등 모교 출신 제자를 응원하기도 했다. 김 교장은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학부모들의 게임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스포츠 클럽에 e스포츠 종목도 늘릴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데프트' 선수의 수업에 들어가 가르친 적이 있다"면서 "말없이 조용하고 작은 체구의 학생으로 기억한다. '페이커' 선수는 직접 가르치진 않았지만 출결 문제로 담임 선생님과 같이 고민을 나눈 기억이 있다"며 마포고 출신 '롤드컵 챔피언'들과의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마포고는 수많은 테니스 선수들을 배출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데이비스컵을 뛴 선수로는 아시안게임 3관왕인 김봉수 선수를 비롯해 김우성 송형근 조숭재 이승훈 등이 있다. 또한 최연소 국가대표로 뽑힌 이덕희 선수도 있다. 현재 당진시청 테니스팀 권순우(세계랭킹 52위) 선수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정상에 섰다. 한국 선수가 ATP 투어에서 2번 이상 우승을 차지한 것은 권순우가 처음이다. 다만 1973년 창단한 마포고 테니스부는 2020년 해체됐다.
[마포고 설립자 은곡(隱谷) 박인출은 누구?]
동문들은 마포고 설립자이자 초대 교장 은곡 박인출 선생은 참 스승이라고 강조했다. 박인출 선생(이하 편의상 존칭생략)은 마포고가 2018년 발행한 박인출의 자서전 성격의 책 <박인출 인간을 키우다>에 따르면 1914년 1월 21일 경북 경주시 성동리(현 성동동)에서 3남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1926년 경주 공립보통학교(현 계림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년간 축산조합 수의사 보조로 일하기도 했다. 1928년 일본으로 건너간 은곡은 고학으로 1933년 3월 동다중학교를 졸업하고, 동경 중앙대학(현 주오대학) 전문부 법과를 졸업(1934.4~1937.3)했다. 이어 1940년 3월 같은 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1945년 귀국했다.
후학 양성에 큰 뜻을 품고 있던 박인출은 1950년 4월 19일 육영재단인 '중앙의숙' 창립 허가서를 문교부(현 교육부)장관으로부터 교부 받았다. 경기도 광주군 소재 임야 772,700평과 학교부지 5,669평, 현금 등을 유지 자산으로 교육 재단을 세운 것이다. 재단 설립자 대표로는 김용무 선생을 추대했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 41번지에서 시작한 마포중학교 건립을 위한 긴 여정의 시작이었다.
박 교장은 개교를 앞두고 학교 교훈을 짓는 데 고심했다고 한다. 고심 끝에 나온 교훈은 박 교장이 항상 실천하던 3가지 덕목이었다. 첫째 건전한 정신의 소유자가 되자, 둘째 검소하고 강건한 생활인이 되자, 셋째 고상하고 겸허한 인격자가 되자이다. 이 교훈은 1950년 마포중 개교부터 지금의 교훈인 자주, 근면, 협동으로 바뀌기 전인 1965년 3월 1일까지 유지됐다.
하지만 개교의 기쁨도 잠시, 6월 25일 북한의 기습적인 남침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하며 박인출은 부산 피란길에 올랐다. 피란민 생활에도 서울에서 시작한 교육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초량 영주동 62번지에 가교사를 꾸려 이른바 '피란 학교'를 열었다. 미 해병이 사용하던 조그마한 막사를 인수한 것으로 학교 이름은 서울에서 개교한 마포중학교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와 마포중·고등학교로 했다.
1953년 7월 27일, 3년여에 걸친 6·25 전쟁은 휴전으로 마무리됐고, 박인출은 하루라도 빨리 학교를 정상화하기 위해, 교실 구석에 야전침대를 놓고 생활하며 학교 재건에 힘썼다. 같은 해 7월 마포고를 설립해 초대 교장으로 취임한 박인출 교장은 자신이 일본 유학 시절 돈이 없어 배고픔을 참아가며 공부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장학 제도를 운영해 가난한 학생들을 대학교까지 보내며 등록금을 지원했다고 한다.
이렇게 학생들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한 은곡의 교육 철학은 학교가 강서구 등촌동으로 이전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학교가 마포구의 명문 중·고교로 자리를 잡아가며 학생들이 몰리자, 넒은 운동장을 마련해주고자 학교를 등촌동으로 이전했다. 오로지 학생의 학업 환경을 존중한 결정이었다. 오로지 후학 양성이라는 큰 뜻에 매진했던 박인출 선생은 2000년 10월 21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그가 설립한 마포고는 2005년 '서울시교육청 정책구현 우수학교 표창', 2008년 '서울시교육청 2009 교육과정 특성화 프로그램 운영학교 선정', 2014년 '2013 과학중점학교 우수학교 선정, 교육부장관 표창' 등 명문고로 자리 잡았다. 특히 올해는 토론캠프를 운영하여 '능력주의 사회, 인간의 경쟁과 성장'을 주제로 학생들의 열띤 토론을 예정하고 있다. 현재 인공지능(AI) 챗GPT 등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마포고는 이미 2021년부터 AI선도학교로서 학교 현장에 맞는 다양한 AI교육 모델 창출에 노력하고 있다.
소종섭 트렌드&위켄드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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