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섭 카이스트 교수 “진짜 공부는 대학 때부터…대학 차별화해야”

이승섭 카이스트 교수
'교육이 없는 나라' 출간

“학벌주의는 무너지고 있다. 대학 서열화 아니라 차별화해야.”

KAIST 교학부총장을 역임한 이승섭 기계공학과 교수(61)는 12일 열린 ‘교육이 없는 나라’(세종서적) 출간기자간담회에서 학벌주의의 붕괴를 예고했다. 이미 현장에서는 학벌보다 실력이 우선되고 있다며 대학을 서열화해서 줄 세울 것이 아니라 교육과 연구 중심으로 차별화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섭 카이스트 교수. [사진제공=세종서적]

그는 “카이스트 신임 교수를 뽑을 때 보면 소위 학벌이 안 좋은 사람들이 많다. 교수를 뽑는 거니까 학벌을 많이 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며 “박사과정 때 얼마나 노력해서 얼마나 좋은 논문 썼냐를 더 많이 본다. 대학원 어디 나왔냐는 안 중요하다. 하물며 다른 분야는 더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고3 시절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에 입학하면 열의가 식는 상황도 지적했다. 그는 “대학교 들어와서 죽도록 공부했다는 사람이 없다. 공부를 열심히 하기 위해 대학을 가는 게 아니라 열심히 한 결과로 간다”며 “일류대 학생은 만족감에 취하고, 못한 학생은 패배감에 취한다. 설령 고등학교 때까지 그저 그랬다고 해도 대학에서 다시 새롭게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차별화된 진검승부를 대학 때 벌여야 한다는 말이다.

관련해서 이른바 ‘첨단’을 좇는 풍조도 지적했다. 그는 “첨단이라고 해서 가보면 벌써 10~30년 이상 해온 사람들이 많다. 특허들 다 가지고, 있고 그들을 이기고 올라 최고가 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시류 좇아 대학 가서 취직할 때쯤이면 시류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요리연구가 백종원,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 등을 바른 사례로 지목했다. 그는 “백종원씨는 어려서부터 요리를 잘했다더라. 누나들이 싸우고 나서도 그가 끓인 라면을 먹고 싶어 화해했을 정도”라며 “백종원씨에게는 요리가 자신만의 첨단이었다. 그런 첨단을 좇아야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고3이 아니라, 대학 2학년생이 가장 치열하게 공부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강조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