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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한국 사회의 부채 문제와 파스칼의 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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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한국 사회의 부채 문제와 파스칼의 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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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존재와 부재, 당신은 어느 쪽에 베팅하겠는가?’ 17세기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파스칼은 확률게임을 적용해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내렸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신의 존재를 믿는 것이 확률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사실 신의 존재를 인간이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런데 확률적으론 생각해 볼 여지는 있다. 만약 신의 무존재에 베팅을 했는데 내세에 가서 보니 신이 있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럼 그는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반대로 신의 존재에 걸었는데 신이 없다면 손해 볼 일이 없다. 신을 믿은 시간과 노력이 매몰될 뿐이다. 파스칼은 이런 논리로 신을 믿는 것이 믿지 않는 것보다 확률적으로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파스칼의 아이디어를 한국 사회의 부채 구조에 응용해 보자. 한국 사회의 부채구조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드라마틱하게 변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국가와 개인의 재정은 튼실했고, 기업들은 대규모 부채에 노출된 상태였다. 기업들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뼈아픈 구조조정을 했고, 망가진 금융시스템 복구를 위해 대대적인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빨리 극복한 이유 중 하나가 튼튼한 정부 재정이었다.

이후에는 반대의 상황이 연출됐다. 기업들은 현금을 쌓아 놓기 시작했고, 국가 부채와 가계 부채는 거의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도 국가 부채 규모에 대해서 논란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규모보다 방향성이다. 대다수의 재정 전문가들은 한국의 국가 부채는 늘어날 요인이 그렇지 않은 요인보다 더 우세하다는 데는 같은 의견을 보이고 있다.


가계 부채도 당분간 쉽게 줄어들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게다가 가계대출 중 상당 부분이 부동산과 관련돼 있어 금리 변화에 매우 민감한 편이다. 우울한 가정이지만 금리가 어떤 이유로든 치솟는 상황이 발발하면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저출산·고령화는 선진국의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 재정에 상당한 부담 요인이다. 복지비용은 고정비 성격이기 때문에 쉽게 줄이기 어렵다. 경제가 계속 성장해서 돈을 잘 벌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하면 버는 돈은 적고 쓰는 돈은 많아지는 풍경이 연출될 수도 있다. 적정 국가 부채 수준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가를 판단하는 것은 필자의 능력 밖이다. 자산운용의 관점에서 보면 파스칼의 내기처럼 국가 부채로 위기가 온다고 가정하는 것이 더 안전한 의사결정이다.

국가 재정이 악화돼 위기가 올 때 투자자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글로벌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분산해 놓는 것이 효율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마치 일본이 20여년간 잃어버린 세월을 견디는 동안 해외에 분산 투자한 투자자들과 국내에만 투자했던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린 것처럼 말이다. 만일 부채 관련 위기가 오지 않는다면 당연히 별문제가 없다. 설사 오지 않더라도 글로벌 분산 투자는 투자자에게 유용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미래를 정확히 볼 수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려보고 최악의 대비하는 전략을 고민해 보는 자세이다. 자산운용의 세계에서는 최선의 결과를 추구하는 것보다는 때로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 중요할 때가 있다. 국가 부채나 가계 부채 규모를 정확히 계산하고 예측하는 것보다 오히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분산하는 것이 개인투자자들에게는 필요한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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