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 대신 안정 찾아
타산업으로 전향
신규 채용 한파에 급여 삭감, 그리고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정리해고에 대한 불안으로 명성보다 안정을 찾아 대형 기술 기업들을 떠나는 기술직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형 기술 기업에 환멸을 느끼고 비기술 산업, 중소기업·비정규직으로 전향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구글·메타·아마존 등 초긴축 경영에 들어간 빅테크의 감원이 이어지면서 이들 대형 기술 기업에서 해고된 이들이 중소기업, 프리랜서(비정규직) 일자리를 찾거나 금융·제조·소매·의료 등 타산업으로 옮겨 앉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 메타의 왓츠앱에서 해고된 루이스 모이니한은 "다시는 (해고되는 일을) 겪고 싶지 않다"며 정규직 일자리에 지원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낮아진 연봉으로 언제 잘릴지 모르는 자리에 가는 대신 시간당 300달러를 버는 비정규직을 택했다.
수년간 미 빅테크들은 인재 쟁탈전을 벌였다. 고급 인재를 포섭하기 위해 높은 고용 안정성은 말할 것도 없고 거액의 보너스, 각종 사내 특전과 넘치는 복리후생으로 빅테크는 미 기술직 근로자들의 꿈의 직장으로 불렸다. 특히 팬데믹 기간 실적이 고공행진하며 사세 확장을 벌인 대형 기술 기업들은 투자를 확대하고 채용을 가속화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고강도 긴축 전환과 인플레이션으로 치솟는 비용, 경기 침체 심화 우려 속 사세 확장이 부메랑으로 작용하며 비상 경영에 돌입한 빅테크들은 줄줄이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아마존은 3만명 이상을 줄이면서 창사 이래 이래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벌였고, 2만명 이상을 줄인 메타는 '올해는 효율성의 해'가 될 것이라며 추가 감원을 예고했다. 이 같은 추가 감원 불안은 기술 기업 엑소더스를 부추기고 있다.
이들은 기술 대기업을 떠나 제조·소매·금융·의료 등 타산업으로 전향하고 있다. WSJ은 미 인적자원 전문 리서치 회사인 레벨리오 랩스를 인용해 비기술 산업으로 이직한 빅테크 출신의 기술직 근로자의 수가 수년간 감소세를 깨고 지난해 말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기술직 헤드헌트 회사인 리비에라 파트너스의 크리스 라이스 파트너는 "기술 회사에서 해고된 대다수의 직원들이 (이 업계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엔 정리해고에 대해 걱정 없이 한 회사에서 수년간 경력을 쌓을 수 있었지만, 더 이상은 그렇지 않다"며 최근 급격하게 달라진 고용 환경 변화로 인공지능, 그린에너지와 같은 신규 산업의 스타트업에서의 기술 일자리를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식료품 제조업체 크래프트 하인츠와 미 최대 유통체인인 월마트 등 소매·제조업계에도 빅테크에서 근무한 경력직 지원자들이 늘고 있다. 월마트의 인사 책임자인 도나 모리스는 "과거엔 기술 부문 인재를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고 말했다. 크래프트 하인츠의 최고인사책임자(CHO)인 멜리사 베르넥은 "빅테크 출신 인력들이 우리 회사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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