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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예약 안했어요"…'디지털 약자' 50만원 대출도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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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찾은 서울 양천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예약 못한 중·노년 상담 못해 "인터넷 신청 어렵"
인력 문제로 전화 예약 채널 늘리기도 쉽지 않아

"전화 예약을 하려고 해도 전화가 안 되던데요"

"예약이 안 돼 있으면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럼 다른 방법을 알려주세요.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5일 오전 찾은 서울 양천구 양천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소액생계비대출'을 위해 센터를 찾았지만, 예약하지 않고 온 탓에 대출을 받지 못한 이모씨(68·남)는 아쉬움에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고 상담직원을 붙잡았다. 상담 부스 직원은 상담 예약 고객을 응대해야 했기에 다른 직원에게 인계된 이씨는 서민금융진흥원 홈페이지를 통한 예약 방법을 안내받았다. 이씨는 "친절히 안내는 받았지만, 집에 돌아가서 다시 하라고 하면 혼자는 못 할 것 같다"며 "휴대폰이나 컴퓨터는 만질 줄을 모르니까, 전화 통화도 어렵고 막막하다"고 전했다.

5일 오전 9시 찾은 서울 양천구 양천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문을 연지 얼마 안 된 시간이지만 이미 상담부스에는 긴급생계비대출을 받으려는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었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5일 오전 9시 찾은 서울 양천구 양천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문을 연지 얼마 안 된 시간이지만 이미 상담부스에는 긴급생계비대출을 받으려는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었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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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금융진흥원은 신용이 낮아 대부업 이용조차 어려워 불법사금융에 손을 뻗을 수밖에 없는 고객들을 위해 '소액생계비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신용평점이 하위 20%이면서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인 시민들은 연 대출금리 15.9%로 대출할 수 있다. 최초 이용 시 1인당 최대 50만원 이내로 대출이 가능하며 6개월간 정상적으로 이용한 경우 추가로 1회 대출이 가능해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대출이 막혀있던 시민들에게 이 같은 금융 상품은 희망 그 자체였다. 이날 생계비 대출 상담을 진행한 고객들은 주거비, 생활비, 병원비 마련 등 각자의 이유로 센터를 찾았다고 했다. 대출을 완료한 고객들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센터 문을 나섰다. 기자가 센터에 머문 2시간 동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고객은 끊이지 않고 들어왔다.


그러나 이씨처럼 예약을 하지 못해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시민들도 여럿 있었다. 특히 이들 중에는 디지털에 취약한 중·노년층이 대부분이었다. 서민금융진흥원은 홈페이지나 전화번호 1397을 통해 상담예약을 받고 있다. 이모씨(63)는 "예약을 하려고 몇 번을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량이 많아서 끊겼다"며 "인터넷으로도 할 수 있다던데 이런 건 잘 못 하니까 시도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양천구 양천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문 앞에는 '상담예약 필수'라는 문구가 적혀있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서울 양천구 양천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문 앞에는 '상담예약 필수'라는 문구가 적혀있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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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이씨에게 인터넷으로 예약하는 방법을 가르쳐줬지만, 개인정보 입력 단계까지 가는 것도 어려웠다. 본인 휴대폰 인증을 위해 인증번호 발송을 눌렀지만 이씨는 "인증번호가 오지 않는다"며 한참을 헷갈려 했다. 개인정보 입력 단계로 넘어갔지만 주민번호 뒷번호가 암호화돼 숫자 확인이 어렵다며 여러 차례 오류를 내기도 했다. 겨우 예약 페이지로 들어갔지만 이미 해당 센터에 예약이 꽉 찬 상태였다. 이씨는 결국 "생활비로 돈을 빌리려 했다"는 말만 남기곤 집으로 향했다.


예약을 마친 줄 알고 센터를 찾았지만, 예약이 되지 않아 돌아간 고객도 있었다. 월세를 위해 대출을 찾았다던 차모씨(65)는 "컴퓨터로 예약을 했는데 어디서 누락이 됐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며 "오늘은 허탕쳤다"고 했다.


디지털 취약 계층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전화 통화이지만 이마저도 인력 문제 때문에 방법을 강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민금융진흥원 관계자는 "1397은 긴급생계비대출 예약뿐만 아니라 다른 상담을 받는 분도 함께 전화를 걸어 대기가 걸리고 있다"며 "인력 문제 때문에 전화 예약 창구를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수~금요일에 오시는 고객분들의 경우 태블릿이나 휴대폰을 통해 예약을 도와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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