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할 생각하면 엄마도 겁나" 아이유도 겪는 '전화공포증'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가 주원인
'시나리오 작성', '통화 경험 늘리기' 대안

수백 수천만 대중과 소통하는 가수 겸 배우 아이유가 '전화 공포증'을 고백해 화제가 되고 있다.

아이유는 지난 3일 유튜브 채널 '이지금'의 '아이유의 팔레트' 코너에서 "제가 통화하는 것을 굉장히 힘들어한다"며 "엄마랑 통화를 하더라도, 전화가 오면 조금 불편해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안 불편한 사람은 매니저 오빠다. 워낙 일 얘기를 할 게 많아서 그런 것 같다"라며 "심지어 인나(배우 유인나)씨와 통화하는 것도 힘들어한다. 사실 아무하고도 통화를 못한다"라고 말했다. 아이유와 유인나는 연예계 소문난 절친사이로 꼽힌다. 그런 유인나와의 통화도 힘들다고 고백한 것이다.

[사진 출처=유튜브 채널 '이지금 [IU official]' 화면 캡처]

대외적으로 일도 잘하고, 말도 잘하는 이미지인 아이유도 전화 공포증이 있다고 고백하자 같은 공포증을 앓고 있는 MZ세대는 크게 공감했다.

누리꾼들은 "저도 가족이나 절친이랑 전화해도 어색하다", "누구한테 전화오면 못본척 하고 톡으로 용건을 물어본다", "전화를 하면 뭐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다" 등 비슷한 불편을 호소했다.

MZ세대에 많다는 '전화 공포증'

전화 공포증(Call Phobia·Phone Phobia)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는데 익숙한 젊은 층이 전화 통화를 할 때 느끼는 불안감을 말한다. 전화 공포증 증상이 심한 경우 신체 증상까지 나타나기도 한다.

전화 공포증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전화가 오면 시간을 끌거나 아예 받지 않는다 ▲통화 전후나 전화 도중에 극도의 불안과 긴장감을 느낀다 ▲본인의 발언에 집착하고 걱정한다 ▲전화에 반응한 구토·호흡곤란·현기증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심박수가 증가한다 등이 있다.

실제로 2020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성인 남녀 5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3.1%가 전화 공포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의 58%가 전화보다 메신저나 문자 등 비대면 의사소통이 익숙하다고 답했다.

2019년 영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베이비붐 세대의 40%, 밀레니얼 세대의 76%가 전화가 울리면 불안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전화 공포증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

2021년 2월 일함 세바 영국 로열할러웨이 런던대 교수가 호주 매체 더 컨버세이션과 왜 전화공포증을 겪게 되는지 인터뷰했다.

최근 메신저·문자를 통한 비대면 의사소통이 일반화되고 있다. 세바 박사에 의하면 메신저 등은 답을 하는데 생각할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부담이 덜하고 말실수를 줄일 수 있지만, 전화는 상대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잠시간의 침묵도 어색해한다는 것이다.

또 전화는 상대방의 말에 바로 답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하고, 말을 시작하기 전에 답을 생각할 여유가 적어 대답이 충동적이고 위험하다고 느낄 수 있다. 메시지에 비해 원하지 않는 대답이나 대화 주제도 거르기가 어렵다.

이에 더해 메시지는 이모티콘 사용 등으로 글자가 주는 맥락을 넘어 비언어적 맥락까지 전달할 수 있다. 반면 전화는 의사소통의 단서가 목소리뿐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의도나 기분 등을 파악하는 데 더욱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즉 메시지를 주고받는 상황보다 전화 통화하는 상황에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는 불안감이 더욱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화 공포증은 대인공포증과는 다르다. 대면 대화는 몸짓·신체 언어·눈 맞춤 등 사회적 단서를 포함하는 반면 전화는 목소리만을 단서로 한 의사소통이다. 따라서 대면 대화에 문제가 없는 사람도 전화 통화는 부담스럽게 느끼는 경우가많다.

또 대면 대화 시에는 상대방이 아닌 주위 환경·소음·스마트폰 메시지 등 다른 것에 신경쓸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이러한 여유는 대화를 좀 더 편하게 느끼게 한다. 그러나 통화는 상대방의 목소리 이외에 산만한 외부 요인이 없어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시나리오 작성', '통화 경험 늘리기' 대안

전화 공포증을 겪는 사람들은 가급적 전화를 피하려고 하지만, 세바 교수는 "오히려 더 많은 통화를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극복 방법이다"라고 주장한다.

전화 공포증은 통화 경험 부족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어 전화통화를 늘릴 수록 불안이 줄어들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자신이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과 시작해 점차 그 대상을 넓혀가는 게 좋다.

전화 공포증을 겪는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방법인 '사전 통화 시나리오 작성' 역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시나리오에 과하게 의존할 경우 시나리오가 없으면 통화를 하지 못하는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만약 공포감이 심할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나 상담심리사 등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