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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펀드? 주주권 회복 펀드로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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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부 KCGI·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주주가치 제고 필요성 인식, 소액주주 권리 의식 향상 수확

올 1분기 국내 자본시장의 스타는 단연 행동주의펀드였다. 이들이 손을 대면 주가가 뛰었고,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일었다.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은 대체로 부결됐지만, 이들의 활동을 '찻잔 속 태풍'으로 폄하하기엔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상장사들이 주주가치 제고 필요성을 인식해 표 대결 없이도 합의를 이룬 변화와 1400만 '개미주주'들의 권리 의식이 높아진 점이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아시아경제는 국내 대표 행동주의펀드인 KCGI의 강성부 대표와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이창환 대표에게 올해 주총을 마친 성과와 아쉬운 점, 계획 등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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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부 대표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설렘으로…승리 경험이 큰 수확"

강성부 KCGI 대표는 "주주들의 당연한 권리인데 지금까지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별다른 시도조차 하지 못하던 시대에서 그나마 구심점이 생겨서 승리의 경험을 단 한 번이라도 맛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올해 40개가 넘는 기업에 주주제안이 날아드는 등 소수주주와 행동주의펀드의 활발한 활동에서 자본시장 변화의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강 대표는 올 1분기 오스템임플란트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통해 내부수익률(IRR) 143%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그는 "1분기 KCGI는 공개매수에 응하면서 오스템임플란트 주주총회에서 특별한 일을 하지는 못했다"면서도 "다만 KCGI가 주주제안으로 거론한 내부통제 문제와 가족법인 이슈, VIP 보험 등 모든 거버넌스 문제의 핵심이었던 최규옥 회장이 물러나고 두 개의 펀드가 대주주가 됐기 때문에 이제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 하나에만 매진할 수 있게 됐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요즘 유튜브, SNS, 커뮤니티 등을 통해 1400만 개미투자자들이 깨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강 대표는 "KCGI뿐 아니라 얼라인, 트러스톤 등 다양한 후발 펀드들이 들불처럼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가 머지 않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전부터 지배구조 책자를 거의 매년 써왔는데 내내 느끼던 답답한 기분과 갈증이 요즘 들어 해소되는 기분"이라며 "8년 전 요진건설 펀드와 5년 전 한진칼 펀드를 처음 만들 때 그 외롭고 계란으로 바위치기 하는 듯한 느낌이 설렘으로 바뀌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고 했다. 국내 투자자 보호 제도는 아직도 미흡하고 기업의 배당성향도 세계 꼴지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아직도 자본거래(기업분할, 합병, 상장폐지, 유상증자 등)와 수익거래(일감몰아주기 등)에서 합법적으로 일반주주들의 이익을 빼앗아 갈 수 있는 나라"라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산업자본주의의 역사를 보면 주식시장이 죽으면 경제도 죽었다"라며 "자금조달이 잘 안 되면 창의력 발현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행동주의펀드'라는 표현보다는 '지배구조 개선 펀드' 혹은 '주주권 회복 펀드'로 불리고 싶다"라며 "KCGI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거버넌스 이슈로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 다양한 개선 전략을 발굴해 높은 수익률로 투자자들에게 보답하겠다"고 했다. 한편 KCGI는 DB하이텍의 지분 매입에 나서며, 지난달 30일 DB하이텍의 지분 7.05%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공시 이후 DB하이텍 주가는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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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 대표 "가장 큰 수확은 에스엠 거버넌스 개선…4월엔 해외서 펀드레이징"

이창환 대표는 "올해 주총에서 거둔 가장 큰 수확으로 에스엠 이사회 개편과 정관 변경 등 거버넌스 개선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환 대표는 에스엠의 지분 1%를 확보한 후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면서 주주제안 등으로 경영에 적극 참여했다. 지나치게 낮은 배당과 이수만 당시 회장의 불합리한 용역계약 등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해 소수주주들의 지지를 얻었다.


에스엠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통해 얼라인파트너스와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감사를 이사로 선임했다. 이수만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의 계약도 조기 종료했다. 이런 과정에서 이수만씨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활동이 시장에 파급력을 키우면서 올 들어선 하이브와 카카오 간의 경영권 분쟁의 도화선이 됐다. 치열한 분쟁 끝에 카카오가 승기를 쥐었고, 에스엠은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창환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에스엠과 관련해 이 대표는 본인이 짠 판에서 완벽하게 승리했다.


이후 이 대표는 저평가된 SBS에 대한 지분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얼라인은 SBS 영업이익이 코로나19 당시보다 3배 넘게 늘었지만 주가가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판단에서 투자를 단행했다. 이 대표는 "SBS가 사외이사로 얼라인이 추천한 이남우 연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를 신규로 선임한 부분도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얼라인이 이번 주총에서 SBS에 공식 주주제안을 한 건 아니다. 주주활동으로 비공개 대화를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물밑에서 SBS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자회사인 스튜디오S 가치를 SBS 주가에 반영할 필요성을 전달했다.


앞서 이 대표는 은행권에도 파란을 일으켰다. 역대급 실적에도 주주환원에는 인색한 주요 금융지주사에 주주환원정책을 요구해 눈에 띄는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7개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자본배치정책 및 중기 주주환원정책 도입 등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증권가에서는 주주환원 기대감에 '은행주 랠리'가 이어졌다. 1월 한달간 은행주는 15% 안팎의 급등세를 보였다. 이후 금융지주들이 줄줄이 배당성향을 높이며 실질적인 변화가 이어졌다. 지금은 글로벌 '뱅크데믹(은행+팬데믹)' 영향으로 은행주들이 힘을 잃었지만, 이 대표가 움직이면 주가도 따라 움직인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다만 J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선 표 대결에서 졌다. 이창환 대표는 "자본배치 및 주주환원 정책, 이사회 구조 등과 관련해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안한 내용이 반영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이와 관련한 논의를 유도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표 대결 패배의 배경에 대해서는 특수한 과점적 주주 구성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주주총회 때 공언한대로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회사에 요구하면서 캠페인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우량하지만 저평가된 국내 주요 상장기업에 장기 투자하면서 얼라인만의 다양한 역량을 적극 발휘해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펀드레이징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영국, 캐나다 등을 연달아 방문하며 해외 연기금 등 주요 기관 투자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현재 3개의 펀드에서 약 2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얼라인은 올해 말까지 1조원 규모로 운용자산(AUM)을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해외에서 기관 자금을 좀 모아보려고 한다"며 "얼라인이 한국에서 에스엠이나 금융지주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 활동으로 만들어낸 기업가치 개선 사례 등을 보여주면서 한국 상장기업에 투자하도록 적극 설득하겠다"라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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