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드라마 제작사 1위
300명 넘는 크리에이터 보유
판매채널 다각화와 미국,일본도 진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인기가 뜨겁다. 3월 10일 파트 2 공개 이후 3주 연속 세계 1위(비영어부문)를 지켰다. 누적 시청시간 기준 순위도 역대 6위(4억1305만 시간)로 올라섰다. '오징어게임'·'지금우리학교는'을 잇는 K드라마 신드롬이 또다시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더 글로리'를 만든 김은숙 작가는 “감사의 인사는 죽을 때까지 해도 모자랄 것 같다. 대한민국 시청자 여러분, 그리고 전 세계 시청자 여러분, 저 지금 너무 신나요”라고 했다.
K드라마는 K팝과 함께 K콘텐츠의 양대 산맥이다. '더 글로리' 제작사는 스튜디오드래곤의 자회사인 화앤담픽쳐스. 스튜디오드래곤은 '도깨비'·'사랑의불시착'·'스위트홈' 등 흥행작을 잇따라 내놓은 K드라마 선도 기업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매출 6979억원, 영업이익 652억원)을 올렸다. 국내 제작사 매출 1위였다.
스튜디오드래곤은 CJ ENM의 드라마 사업 부문이 전신이다. 2016년 물적분할됐다. K드라마 열풍을 타고 덩치가 더 커졌다. 3월30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2조1071억원으로, CJ ENM(1조9035억원)보다 크다. 성공 비결은 단순하다. 콘텐츠 기업의 본질인 ‘잘 만들어서 잘 파는 것’을 잘하는 회사가 바로 스튜디오드래곤이다.
좋은 콘텐츠는 좋은 시스템에서
스튜디오드래곤의 경쟁력은 스튜디오에서 나온다. 수년간 중소 제작사 M&A로 몸집을 불려 총 8개의 스튜디오를 거느리고 있다. 직접 제작은 스튜디오가 하고, 스튜디오드래곤은 이들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CJ ENM 출신 인사들이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PD 출신 김영규 대표가 제작 부문을, IP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한 김제현 대표가 경영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김영규 대표는 '미스터 션샤인'·'스위트홈' 등을 제작한 바 있으며, 김제현 대표는 tvN 역대 최대 경영실적을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
최대 주주가 CJ ENM인만큼 든든한 자금력을 갖고 있다. 각 스튜디오를 통해 계약을 맺고 있는 작가, PD, 감독 등 ‘크리에이터’는 304명에 달한다. 이들은 연간 30여편의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다. 덕분에 스튜디오드래곤은 207개의 IP(지적재산권)를 갖고 있다. IP는 콘텐츠를 이용해 이익을 독점하는 권리다. 드라마 판권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그야말로 드라마 왕국이다.
특히 스토리를 만드는 작가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중소 제작사 인수로 스타작가를 확보함과 동시에 신인 작가를 키우는 투트랙 시스템이다. 김은숙 작가는 화앤담픽쳐스 소속이었고, 노희경 작가는 지티스트, 박지은 작가는 문화창고 소속 작가였다. 정확한 금액이 공개되진 않지만 업계에선 일부 작가의 경우 회당 원고료 1억원 이상의 대우를 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10편만 제작해도 10억 넘게 번다는 얘기다.
신인 작가 육성은 CJ ENM과 협력, 운영하는 프로젝트 오펜(O’PEN)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인 작가를 뽑아 1년간 교육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오펜을 통해 배출된 작가는 200명이 넘는다. 스튜디오드래곤을 통해 데뷔한 이들도 많다. '갯마을차차차'의 신하은 작가, '슈룹'의 박바라 작가, '형사록'의 임창세 작가가 대표적이다. 업계 관행상 신인 작가가 막대한 투자금을 쏟은 작품을 처음부터 맡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10년 넘게 제작 노하우가 쌓인 스튜디오드래곤이라서 가능한 일이다.
판매채널 다각화로 수익 극대화
스튜디오드래곤의 매출은 국내(3294억원)보다 해외(3685억)가 더 많다. 연간 기준으로 해외 매출이 국내를 앞지른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과거 CJ ENM으로부터 발생하는 매출 의존도가 높았음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열풍을 타고 판매 채널을 다양화했다. 기존 넷플릭스, 티빙 이외에 지난해 협력 업체 4개 채널을 늘렸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프라임비디오, 애플TV플러스, 쿠팡이다. 단순히 채널만 늘린 것이 아니다. 판매 전략도 다양하다.
IP를 통째로 넘기는 독점 판매, 구작과 함께 끼워파는 패키지 판매, 비독점 분할 판매가 있다. 분할 판매는 여러 지역별 중소형 OTT에 파는 전략이다.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 대형 OTT 업체에 독점 판매하는 것보다 수익이 더 클 수도 있다. 독점 판매와 비독점 분할 판매 중 어떤 것이 수익이 나을지 비교해서 판매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다. '별똥별'의 경우 유넥스트, 비키, tvN 등에 판권을 각각 팔았고, 총 160개국에 방영됐다.
아예 해외 시장 직접 진출도 한다. 미국과 일본에 각각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국내 제작사로는 처음으로 ‘미드(미국 드라마)’도 제작했다. 29일부터 애플티비플러스를 통해 방영되는 ‘더 빅 도어 프라이즈’다. 이 작품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총괄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조만간 현지에서 제작한 드라마를 방영할 예정이다.
김제현 스튜디오드래곤 대표는 "지난 한 해는 프리미엄 IP의 글로벌 전진배치를 통해 탄탄한 성장 기반을 다졌다면, 올해는 지난해 다져놓은 성과를 자양분 삼아 기업 경영환경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올해는 전 세계를 사로잡을 다수의 프리미엄 IP와 두터운 팬덤을 확보한 시즌제 작품이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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